[미디어펜=이동건 기자] '강철비'가 선례 없는 핵 전쟁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폭발적인 열연으로 깊이 있는 담론을 끌어냈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강철비'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양우석 감독을 비롯해 배우 정우성, 곽도원, 김의성, 이경영이 참석했다.


   
▲ 지난달 15일 CGV 압구정에서 영화 '강철비'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양우석 감독, 배우 정우성·곽도원의 모습. /사진=NEW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내려오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

이날 현장에서는 현재 남북관계와 한국 영화 최초로 그려질 가상의 핵전쟁 시나리오가 담긴 영화의 베일이 벗겨졌다.

양우석 감독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휴전 이후로 항상 남북전쟁 위기는 있어왔지만, 그에 비해 우리가 가진 북핵에 대한 인식은 회피해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었다"면서 "영화를 통해 북핵과 북한, 북한에 사는 우리의 동포들, 남북이 가진 정치 구조, 남북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들을 공유하고 싶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강철비'에서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 역을 맡은 정우성은 "양우석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셨을 때 왜 엄철우가 저야만 하는지 물었다"면서 "감독님이 제게 순수함과 우직함이 있다며 그 성격을 엄철우에게 잘 얹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라고 촬영 전 캐스팅 당시를 떠올렸다. 

영화 속 진정성 넘치는 연기로 현장에 묵직한 울림을 안긴 그는 "배우이기 전에 한 인간이기 때문에 개인적 성향의 감성들이 묻어난 것 같다"고 엄철우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됐음을 전했다.


   
▲ 지난달 15일 CGV 압구정에서 영화 '강철비'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정우성·곽도원의 모습. /사진=NEW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역의 곽도원은 "수많은 고위공직자 역할을 했지만 감독님과 캐릭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내심 불안한 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인기 웹툰 '스틸레인'을 영화화한 작품인 만큼 웹툰 속 캐릭터와의 싱크로율 차이가 걱정스러웠던 것. 그는 "천만뷰가 나온 웹툰이 원작이었고, 캐릭터가 너무 다르다고 하실까봐 걱정했다"면서 "외교안보수석 역으로서 너무 딱딱하진 않게, 남한의 여유로움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촬영 소감을 전했다.

캐릭터 싱크로율이 걱정됐다는 곽도원이지만 이날 공개된 '강철비'에서 그는 유연하게 관객들을 웃기면서도 극의 중심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곽도원과 '아수라' 이후 두번째로 만난 정우성 역시 연기 호흡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 지난달 15일 CGV 압구정에서 영화 '강철비'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정우성의 모습. /사진=NEW


정우성은 "동료 배우와 함께 연기하며 주고받을 수 있는 교감은 캐릭터를 선물받는 것보다 짜릿한 경험"이라며 "'아수라'에서 처음 만나 교감을 주고받으며 재미를 느꼈는데, 신뢰가 높아진 후 이 작품으로 다시 만나게 돼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가 제게 신뢰와 애정을 보여줬을 때 리액션이 가능한데, 곽도원은 절 많이 사랑해준다"며 "연기를 할 때 이 친구가 정말 절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못되게 장난을 치기도 했다. 연기 안에서의 미묘한 감정이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연결돼서 두 캐릭터의 케미로 화면에 담긴 것 같다"고 훈훈했던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강철비'를 통해 대통령으로 분한 두 사람도 있다. 현직 대통령이 된 김의성과 차기 대통령 이경영이 그 주인공. 

최근 다수의 작품에서 악역을 맡았던 이경영은 "제게 선의를 가진 역을 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모처럼 악당이 아닌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는 역할이라서 제가 해도 되나, 욕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이 작품을 촬영할 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나지 않았을 때였는데, 어떤 분을 염두에 두고 마음가짐을 가져도 되겠냐고 감독님께 여쭤봤을 때 그래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역할에 임했다. 마지막 연설 신은 배우로서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몇 번이고 연기를 다시 했다"고 벅찬 촬영 소감을 전했다.

김의성은 "나라와 민족이라는 말에 가려진 개개인의 삶이 어떤 식으로 위험에 직면해있는지, 그리고 이 위험을 돌파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 영화를 통해 확장됐으면 좋겠다"며 영화가 가진 담론을 설명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뜨거운 질문과 답변이 오간 현장이었다. 이에 곽도원은 "제가 출연한 작품 중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다. '강철비'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잘 부탁드린다"고 관객들에게 기대를 부탁했다.

정우성 역시 "소모적인 이슈를 다루는 영화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여러분이 이 영화를 통해 좋은 담론을 끌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의 핵 전쟁 시나리오와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강렬한 폭발음을 낸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 '강철비'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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