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SK...주요그룹 총수 대거 동행
사드·통상압박·합작사업 등 해결과제 산적
[미디어펜=최주영 기자]한중 정상회담이 오는 13일부터 16일 사이 열리는 것이 확정되며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중국 경제사절단으로 순방길을 떠나는 기업인들은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정부와 화해 무드를 연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260여명에 달하는 경제사절단에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동행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부터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영향으로 피해를 본 기업들은 "중국정부의 얼어붙은 마음을 돌리겠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오인환 포스코 사장, 정택근 GS 부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각사 제공


삼성전자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 기간 동안 미국 가전공장 설립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중국 시안에 8조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월 경영위원회를 열어 70억달러(7조8000억원)의 중국 투자 계획을 승인한 바 있다. 다음 목표인 시안 반도체 공장 2라인은 2019년부터 가동된다. 1라인까지 합치면 월 생산량은 15만장으로 추산된다. 윤 부회장이 한중 정상회담 기간 도중 직접 세부적인 공장 건립 계획을 전할 수 있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시장에서 판매량이 급감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드 해빙 분위기 이후 판매량이 전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 정의선 부회장이 중국 행보에 잰걸음 내며 중국 시장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차는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사절단에 참석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달 중순 중국형 소형 SUV ‘엔시노(국내명 ‘코나’)’를 공개했다. 이틀전 15일에는 중국 전략형 SUV ‘신형 ix35’를 출시했다. 이외에도 11월 베이징에 브랜드 체험 공간인 ‘현대모터스튜디오베이징’을 개관하며 투자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SK그룹은 중국에서 자원개발과 같은 투자 계획을 밝히고 중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SK그룹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경제사절단에 참석한다. SK이노베이션은 올 3월 베이징 배터리 팩공장 가동이 멈췄고, 셀공장 설립 계획은 1년 가까이 답보 상태다. 

SK종합화학과 중국 국영 석유화학기업 시노펙과 합작 설립한 중한석화는 7400억대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디램(DRAM) 공장을 2배로 확장 중이며 중국 지주사인 SK차이나를 중심으로 렌터카, 부동산, 인공지능, 농축산 분야 등에서 신사업 발굴에 나선다.

LG그룹도 한중 정상회담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에 건설 계획 중인 8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장 설립에 대한 정부 승인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의 경우 구본준 부회장이 경제사절단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투자금액이 7조8000억원에 달하는 LG디스플레이의 중국 투자건이 협상 카드 가운데 하나로 거론될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밖에 한중 관계 개선 분위기에 따라 연말 노선 감축이 불가피했던 항공업계도 기대에 차 있다. 항공업계 1,2위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모두 수장인 조원태 사장과 김수천 사장이 방중 경제사절단에 동행할 예정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도 한중 정상회담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그 결과에 따라 노선 재확장 등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월 11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다낭 크라운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철강업계에서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대신 오인환 사장이 나선다. 중국에서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포스코가 최대고객처인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포스코는 40억달러를 투자해 장가항, 청도, 광동(2곳) 생산법인 등 49개 법인을 두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순방은 한국 제품에 대한 중국의 반덤핑 관세 등 이슈가 테이블에 올라 원만한 해결을 이끌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GS에서는 정택근 부회장이 나선다. GS칼텍스는 올초 중국 칭다오와 옌타이에 두고 있던 주유소사업을 잇따라 철수했고 복합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급성장이 예상되는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힐 수도 있다. 

정부 공식 행사로는 처음 나서는 김승연 한화 회장은 우선 그룹의 미래 핵심 사업인 태양광사업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장쑤성 치둥에 있는 한화큐셀 공장을 방문한다. 치둥 공장에서 퍼크 기술을 적용한 고효율 퀀텀 셀을 생산한다. 최근 중국 정부가 한화케미칼에 대한 반덤핑 관세율을 낮춘바 있어 '한중 화해무드'의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박정원 두산 회장, 구자열 LS 회장, 손경식 CJ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중국 방문에 동행한다. 신동빈 회장은 재판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고 이원준 롯데 유통BU장(부회장)과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 등 4명이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외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중견기업 29곳, 중소기업 160여 곳, 기관이나 단체 40여 곳도 참석한다. 

한편, 이번 방중 경제사절단은 260여명으로 구성돼 역대 한국 대통령의 해외순방 경제사절단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중에는 156명이 동행했고 현 정부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6월 방미 때는 52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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