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장에서 뒤쳐지면 살아남기 힘들다" 위기의식 반영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디지털금융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예고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으로 비대면 기반의 디지털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면서 “디지털시장에서 뒤쳐지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내년도 중점 경영전략 수립에 돌입한 가운데 특히 디지털 부문에 초점을 맞춰 전담조직 신설, 외부전문가 영입 등 디지털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 사진=연합뉴스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배경에는 디지털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면 살아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 출범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가속화되면서 수수료나 예대마진 등 기존의 영업방식을 통한 수익구조에 기대기 힘든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의 전통적인 영업방식을 통해서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다양한 대책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특히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금융은 미래 먹거리 분야로 각 은행들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는 분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디지털 혁신기술 전담 조직인 ‘DT Lab(Digital Transformation Lab)’을 신설하고 실리콘밸리 및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소장 출신인 김정한씨를 총괄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가동되는 DT Lab은 전통적인 금융권 조직과 차별화된 디지털 기술혁신을 담당할 예정이다. 그룹 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개발을 추진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특히 위성호 은행장은 취임 후 신성장 동력의 핵심영역 중 하나로 디지털 분야를 선정해 역량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조직개편을 통해 사내에 분산된 인적‧물적역량과 사업전략을 총괄하는 디지털그룹을 신설하고,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디지털그룹 빅데이터센터장(본부장)으로 영입하는 등 디지털 인재 수혈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리딩뱅크 수성은 물론 글로벌 기업과도 경쟁하겠다는 목표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지난달 21일 취임식에서 “KB의 디지털 경쟁은 국내 금융사를 넘어 글로벌 선진기업과의 무한 경쟁”이라며 “디지털뱅크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핵심 전략이자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은행 역시 디지털 강화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손태승 우리은행 내정자는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전략의 일환으로 “비대면 채널 전략을 전반적으로 만들고 고객이 적은 점포는 축소하는 등 고객 중심 점포로 영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역량이 은행의 경쟁력을 가르는 시대인 만큼 인재수혈, 전담부서 신설 등을 통한 디지털 부문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