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경한 입장속 정회동·황성호·권용원·손복조 등 출마의사 밝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투자협회 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인사들의 명단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회장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금융업계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만큼 업계의 상황과 이익을 잘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황영기 현 금융투자협회장의 후임이 되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었다. 당초 시장의 예상과 달리 황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자 후보들은 부랴부랴 공약을 마련하고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사진=금융투자협회


현재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은 총 4명이다. 정회동 전 KB투자증권(현 KB증권) 사장,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사장,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등 총 4명이다.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협회장 임기 단임제, 회원사 규모별 전략 추진 등이다. 특히 자산운용업을 분리 운영한다는 계획을 표출한 후보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황성호 전 사장의 경우 자산운용협회를 분리해 운용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손복조 회장 역시 “업권별 협회로 분리추진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문제는 자산운용업을 독립시키는 경우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수라는 사실이다. 금투협은 지난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라 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협회, 선물업협회 등 3개 협회를 통합해 출범한 기관이다. 

통합 8년 만에 다시 분리를 하겠다는 의견이 회장 공약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불만스러운 의견도 존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입장은 전혀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최근 향후 금융투자업계가 감당해야 할 냉혹한 상황을 고려하면 다소 성급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 “통합 체제 하에서의 공존 방향을 좀 더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말한 ‘냉혹한 상황’이라는 건 최근 불거진 정부와의 갈등 상황을 의미한다. 연임 의사가 뚜렷한 것으로 보였던 황영기 회장이 돌연 연임 포기 뜻을 피력한 데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의 마찰이 직접적인 도화선으로 작용했다는 시선이 많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들이 그룹 후원을 받아 계속 회장에 선임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런 경우가 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실상 황 회장을 ‘저격’했다. 금투협회장 인선과 아무 관계도 없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라 충격파는 더욱 컸다. 결국 이 발언 이후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4일 황 회장을 연임 포기의사를 밝혔다.

금투협은 증권사 56곳, 자산운용사 169곳, 선물사 5곳, 부동산신탁사 11곳 등 총 241개 금융사가 연합한 민간 이익단체로, 금융업계에서 ‘낙하산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몇 안 되는 기관 중 하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것이 완벽할 순 없겠지만 어떻든 정부 간섭 없이 민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게 금투협의 큰 자랑”이라면서 “금투협회장 인선과정이 금융위원장 인선에 비해 부족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최 위원장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현직 금융당국 수장이 간접적인 형태로 인사개입을 한 상황까지 비화된 만큼 금융투자업계는 업계의 이익을 보다 명확하게 수렴하고 표출해줄 신임 회장을 기다리고 있다. 때로는 정부와 각을 세우기도 하면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는 강단을 갖춘 인물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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