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증권선물위원회가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보류하면서 초대형IB(투자은행) 정착이 업계 기대보다 늦어지고 있다. 각 증권사들은 인가 기준을 너무 높게 잡고 있는 당국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됐던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 양사가 모두 인가획득에 실패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날 주식시장 개장 전 “지난 7월 금융 당국에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서면 자료요청 등 조사 진행으로 인가 심사가 보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 사진=미래에셋대우


현재 공정위는 미래에셋대우와 관련해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자본시장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인가를 얻으려는 회사의 대주주를 상대로 소송 절차가 진행되고 있거나 공정위, 국세청, 검찰청, 금융 당국 등에 의한 조사·검사 등의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인가 심사가 보류될 수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실질적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구속수사를 받으면서 인가 심사 보류통보를 받았다.

이보다 앞선 지난 13일에는 KB증권에 대한 인가 또한 보류됐다. 이날 증권선물위원회가 올해 마지막 정례회의를 개최해 KB증권 단기 금융업 인가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KB증권의 경우 전신인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하기 전 현대증권이 계열사 사모사채를 인수하거나 유상증자에 출자하면서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 규정을 어겨 ‘기관경고’ 처분을 받은 점이 문제가 됐다. 

이로써 국내 빅5 증권사 중에서 단기금융 인가에 성공한 것은 한국투자증권 1개사 밖에 없는 채로 2017년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업계의 기대와 정부의 지원 속에서 만개할 것처럼 보였던 초대형IB의 초반부 청사진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과다.

업계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밑그림 속에서 계획을 세웠지만, 정작 준비를 마치고 나니 정부에 의해 발목 잡히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회사들이 자기자본 규정에 맞추기 위해 했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인가 기준이 높아진 느낌”이라면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같은 정책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이렇게까지 달라져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건 외에도 최근 금융투자업계와 정부 당국은 불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을 사실상 ‘저격’하며 결국 연임을 단념시킨 사건은 업계 내부에서 ‘사실상의 관치(官治)’라는 평가 속에 정부에 대한 업계의 신뢰성마저 훼손시켰다는 평가가 나오는 형국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