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에 안 맞는 정책 정권은 유한…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
모순의 유래

'모순(矛盾)'은 '창'의 뜻을 가진 '모(矛)'와 '방패'의 뜻을 지닌 '순(盾)'의 한자로 만들어져 있다.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가리킬 때 쓰인다. "네 말은 모순이야"라고 할 때의 의미는 "네 말은 이치가 안 맞아, 또는 네 말에는 문제가 있어"라고 볼 수 있다. 논리학에서 모순은 두 가지의 판단, 사태 따위가 양립하지 못하고 서로 배척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수학의 경우 간단한 산수를 했는데, 즉 5+3이 10이 되는 경우 앞뒤가 안맞는다고 하겠다.

모순의 고사는 "한비자(韓非子)"의 '난세편(難勢篇)'에 나온다. 어느 날 저잣거리에 방패와 창을 늘어놓고 팔고 있던 초(楚)나라 장사꾼이 있었다.  "이 방패는 대단히 견고해서 아무리 날카로운 창이라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그는 이번에 창을 집어 들고 외쳐 댔다. "이 창은 어찌나 날카로운지 꿰뚫지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때 구경꾼 가운데 하나가 이렇게 질문을 하였다.  "그럼,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 거요?" 장사꾼은 아무 대답도 못하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정부의 구조조정 3원칙의 모순

김동연 부종리가 지난달 27일 '구조조정 3원칙'을 말했다. 첫째,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을 중시하고, 둘째 금융 논리보다 산업 경쟁력을 고려하며, 셋째 국책은행 주도에서 시장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다. 한줄한줄 레토릭은 현란한데 왠지 실체가 모호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정부 발표를 보고 '좋은 말인데 이상하네!'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당신이 논리적이라는 의미다.

첫째, 사전예방을 중시한다는 데  그건 현실적으로 알기가 불가능하다. 어떤 기업이나 장삿꾼도 본인이 최종적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부실을 감추기 때문이다. 둘째, 산업경쟁력을 중시한다는 데 경쟁력을 무엇으로 측정할 지 알 수 없으며, 막연한 경쟁력보다는 적자냐 흑자냐를 따지는 금융기법 적용이 훨씬 쉽고 현실적이다. 셋째, 시장 중심으로 한다는 데 부실이 발생할 때 비용은 누구도 떠안으려고 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전부 정부에서 떠안았고, 정부 대리인이 바로 국책은행이었다.

각 문장끼리도 어울리지 않는다. 사전예방을 중시한다면서 산업경쟁력을 생각하는 것은 사실상 말만 사전예방이지 사실은 해당 산업을 모두 안고 가겠다는 것이다. 산업경쟁력을 고려하는 것은 사실 시장논리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거기에 시장중심으로 한다고 해놨으니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정부의 친노동정책과 생산성 향상의 모순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내걸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자리 창출, 기업 생산성 향상, 경제성장도 얘기했다. 무려 5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최소한 단기간내 기업비용 상승을 유발하며, 비용이 늘어난 기업은 직원을 추가로 채용하는 것 즉 일자리를 늘리기 어렵다. 기업 생산성 향상은 인력 교육과 시설 투자를 통해 이뤄지는데, 같은 생산량이 있다면 인력을 줄일 때 1인당 생산성이 올라간다. 최소한 단기적으로 일자리 증가와 생산성 향상이 같이 갈수 없다.

경제성장은 기업의 투자와 소비자의 소비를 통해 이뤄진다. 기업은 돈을 벌 가능성이 높아야 투자를 하는데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은 모두 기업이 돈 벌 기회를 줄이므로 투자가 늘기 어렵다.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자가 많아지면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날 리 없다.

   
▲ 문재인 대통령이 밀어부쳤던 신고리원전 5기와 6기 건설 중단은 좌절됐다. 신고리 5기와 6기의 건설 중단으로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1000억 원의 손실을 안겼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신고리 원전 1,2호기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탈원전과 신재생활성화를 하면서 전기료 인상은 없고 친환경이라는 모순

문재인 대통령이 밀어부쳤던 신고리원전 5기와 6기 건설 중단은 좌절됐다. 반면 내년도 전력 수급계획에서 '월성 1호기 원전'은 빠졌다. 더 이상 돌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월성 1호기는 부품과 설비교체에 7000억 원 이상이 들어갔는데 가동을 연장하지 않으면 그 비용을 회수할 길이 없다. 7000억 원은 국민 재산이다. 하기야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5기와 6기의 건설 중단으로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1000억 원의 손실을 안겼다.

정부가 탈원전을 한다면서 발표한 '8차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2030년 전원별 발전비중이 원자력 23.9%, 석탄 36.1%, LNG 18.8%, 신재생 20%로 되어 있다. 원자력과 석탄비중이 15.6% 감소하는 반면 신재생과 LNG는 15.7% 늘어난다. 흥미있는 사실은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석탄발전이 현재 36.8기가와트에서 2030년 39.9기가와트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원전을 줄이면서 환경이 더 나빠지는 것이다. LNG는 원자력보다 원가도 훨씬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많다.

신재생에너지 즉 태양광 풍력 등은 논밭을 메우고 산을 깎아야 하므로 그렇게 큰 자연환경 파괴도 없다. 궁금하면 대관령에서 여기저기 깎인 산에서 돌아가는 풍력발전을 보면 된다. (하기야 태백산맥 깎인 것은 말하지 않고, 친환경이라면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는 막는 환경단체를 보면 기가 막힌다)

원전은 가장 값싼 에너지원이다. 원전을 줄인 독일 일본 캐나다 호주 대만 등은 하나같이 전기요금을 높여야 했다. KWh당 전기 판매가격을 보면 호주는 403원, 독일은 368원, 덴마크는 377원 등으로 한국의 111원보다 3.5배 가량 높다. 한국의 전기료가 싼건 원전 덕분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료가 해마다 1.3%만 오를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앞뒤 안맞는 모순은 뒤탈이 난다. 그 피해자는 권력자들이 아니라 국민이다

수학이 중요한 것은 수학을 통해 합리적 사고를 키우기 때문이다. 영어로 합리적(rational)이란 단어의 의미는 모든 사안을 수치로 환산할 만큼 계산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비용과 편익 분석을 잘해야 합리적인 사람임을 알려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말은 현란한데 계속 계산이 맞지 않는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꽃길만 걷게 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한다. 워낙 이미지 정치에 탁월한 행정관을 청와대에 두고 있어 지금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은 언젠가 들통이 난다.

적자를 계속 내는 기업은 아무리 분식(화장발)회계를 하더라도 언젠가 적자가 발견돼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고, 적자를 계속 내는 가정은 언젠가 빚에 몰려 은행으로부터 빚독촉을 받다가 차압딱지가 날라오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진짜 안타까운 사실은 모순된 정책을 실시한 정부 관계자는 실컷 권력을 누리다가 떠나면 그만이다. 지난번 재산신고를 보니 그들중 상당수가 돈이 참 많다. 하지만, 그들의 모순된 정책이 남긴 후유증의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국민 몫이다. 그런데, 그걸 모르고 박수치는 무지몽매한 문재인 지지자들,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착하면서 위험과 모순을 애써 외면하는 고개박은 타조들이 너무 많은게 대한민국의 안타깝고 참담한 현실이다. /김필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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