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국내 진출 30년만 최고실적…벤츠 독주
현대·기아·한국지엠 노조 파업에 뒷걸음징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올 한해 완성차 업계는 국산차 메이커와 수입차 메이커의 희비가 교차했다. 수입차 메이커는 시장 개방 30년 만에 최고의 한 해를 보냈고 국산차 메이커는 끝 모를 내수 부진과 노조의 잇단 쟁의 행위로 몸살을 앓았다. 내년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는 올해보다 소폭 줄어든 180만대 내외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수입차는 내년 폭스바겐의 시장 가세와 수출 호조 등으로 올해 대비 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잘나간 ‘독일차’ 내년 판매 25만대 예상

수입차 시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눈부신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1월말 기준 수입차 누적 등록대수는 21만2660대로 지난해 세운 역대 최다 판매 기록(20만5162대)를 일찌감치 갈아치웠다. 내년 폭스바겐의 시장 가세와 더불어 수입차 국내 점유율이 지난해 14.4%였던 점을 감안할 때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부터 시장점유율 15%와 연간 25만대 판매경신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 벤츠 더 뉴 S클래스 /사진=벤츠코리아 제공


2017년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한 점은 벤츠와 BMW의 독주 체제가 굳건했다는 것이다.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신규등록 수입차 가운데 독일차의 비중은 57%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주요 모델에 대한 인증취소가 결정된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올해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국내 소비자들의 '독일차 편식'이 이어진 셈이다.

올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은 수입차는 단연 '벤츠'다. 벤츠는 올 11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는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한 6만4900대를 기록했다. E클래스는 단일 차종 최초로 연 3만대를 돌파하는 신기록을 썼다. 지금까지 수입차 중 연간 6만대를 판매한 업체는 없었다. 벤츠의 한국 누적 판매량은 중국·미국·독일·영국에 이은 5위를 기록 중이다. 업계는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7만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BMW도 부지런히 벤츠를 추격하고 있다. BMW는 올초 벤츠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신형 5시리즈의 꾸준한 판매 성장에 힘입어 지난달 월간 판매량 순위 1위를 되찾았다. 주력 모델인 520d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수입차 모델로 꼽혔다. 

BMW도 지난해 연간 판매량 4만8459대를 넘겨 이미 5만대를 초과한 상태로 11월까지 판매량은 전년비 23.9% 증가했다. 최근 판매 추세로 볼때 올해 연간 판매량은 6만대에 근접할 것으로 관측된다. 11월까지 양사의 판매 격차는 1만2000대 수준으로 올해 수입차 왕좌는 벤츠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수입차는 내년에도 이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디젤 게이트‘로 판매를 중단했던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재개하면 시장 성장세가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내년 수입차 시장을 올해 예상 등록대수인 23만5000대 보다 9% 가량 성장한 25만600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 등 거시경제적 요인도 수입차 선전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 비상’ 국산차 파업에 시름

수입차 시장은 성장세가 이어지는 반면 국내 완성차는 내수 시장에서 죽을 쑤고 있다. 올 11월까지 완성차 5개 업체가 생산한 완성차는 총 410만2372대로 지난해보다 1.4% 줄어들었다. 연도별 등록대수로 따져볼 때도 지난해 160만154대로 2002년(162만2269대)에 비해 1.4% 감소했다. 

   
▲ (왼쪽부터) 현대스타일링담당 이상엽 상무, 현대디자인센터 루크 동커볼케 전무, 제네시스사업부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무가 ‘G70’ 차량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완성차 생산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잦은 파업과 특근·잔업 거부에 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올해 3월부터 특근수당 지급 규정 재협상을 요구하며 장기간 특근을 거부했고 이달 들어서도 임단협 교섭 기간 중 3주연속 부분 파업을 벌여 약 1조원에 상당하는 생산 손실 피해를 냈다. 

그 결과 11월말 기준 현대·기아차의 내수 승용차 시장점유율은 63.3%로 70%를 밑돌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이는 현대기아차의 최근 4년간 가장 높은 점유율이지만 향후 노조 파업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전망이 밝지는 않다.

악재 속에서도 현대·기아차는 제네시스 G70과 코나 등 신차를 출시해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특히 창사 이래 첫 소형 SUV인 '코나'가 월평균 판매량 4000대를 훌쩍 넘기며 5개월 연속 최다 판매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 주요 신차들의 선전 덕분에 현대차는 11월까지 누적 판매대수 63만5578대를 기록해 같은 기간 58만6481대에 그친 지난해보다 8.4% 상승했다.

그러나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3사의 내수 점유율은 2015년 이후 2년 만에 18%대로 하락이 예상된다. 쌍용차의 경우 5.9%로 지난해보다 0.2%포인트 증가했지만 한국GM(7.4%), 르노삼성(5.1%)이 각각 2.5%포인트, 1.0%포인트 하락하는 등 부침을 겪고 있다. 

   
▲ 2018년 완성차 업계 전망 /자료=현대차글로벌경영연구소 제공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내수보다는 수출 의존도가 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체 생산량 가운데 한국GM은 74.8%, 르노삼성은 63.8%가 해외로 판매됐다.

특히 현대차와 한국지엠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보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5일 제38차 임단협 교섭 결과 임금과 정년연장 등 분야에서 합의에 실패했고 한국GM 또한 이날 23차 교섭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타결은 안갯속이다. 

현대차와 한국GM 모두 이번 주 안에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연내 타결은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 업계는 내년 국내 자동차 시장 수요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가 예상한 내년도 내수판매 시장은 국내 완성차 153만8000대, 수입차 26만2000대 등 총 180만대 규모다. 이는 올해 판매대수 전망치인 182만대보다 1.1% 줄어든 수치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내년 자동차 산업 수요 자체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무리한 판매 확대보다는 비상경영 상태에서 주력 신차 판매에 집중하는 전략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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