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김현수(29)가 LG 유니폼을 입으면서 국내 복귀한다.

LG는 19일 김현수와 4년 총액 115억원(계약금 65억 원, 연봉 50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년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김현수가 국내 유턴할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했다. 김현수 자신은 메이저리그 잔류를 희망했지만 윈터리그가 끝나도록 계약 관련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결국 김현수는 국내 팀들로 시선을 돌렸고, LG와 FA 계약을 했다.

   
▲ 사진=LG 트윈스


사실 이번에 국내로 돌아올 경우 김현수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사실상 원소속팀 두산과 LG 뿐이었다. 그렇다면 김현수는 왜 친정팀 두산 대신, 잠실 라이벌 LG를 선택했을까.

LG가 김현수에게 안긴 115억원이 대부분을 설명해준다.

115억원은 2년 총액 700만달러(약 76억원)를 받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했던 김현수의 몸값과 비교하면 그렇게 많은 금액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국내 FA 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인 것은 분명하다.

김현수의 115억원은 국내 역대 FA 선수 가운데 두번째로 고액이다. 지난해 이대호가 롯데로 복귀하며 받은 150억원 다음으로 많다.

이대호는 좀 특별한 경우였다. 이전 롯데에서 이대호가 보여준 폭발력과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갖는 상징성, 홈런타자면서도 정확성까지 갖춘 타격 능력, 일본과 미국 무대를 두루 거친 경력, 사직구장의 티켓 파워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된 파격적인 대우였다.

김현수와 직접 비교될 만한 FA 대박 계약은 같은 외야수인 최형우가 지난해 삼성에서 KIA로 이적하면서 받은 금액이다. 최형우는 100억원에 계약했다.

물론 타격 면에서 최형우와 김현수는 다른 유형의 선수다. 최형우는 팀의 4번타자를 맡을 수 있는 거포형이고, 김현수는 '타격머신'이란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정교함이 강점인 타자다. 나이와 메이저리그 경력을 따지면 김현수의 앞으로 쓰임새나 가치가 더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김현수는 최소 100억원이 넘고, 나이와 메이저리그 경력에 따른 프리미엄이 보태진 금액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조건을 충족해줄 수 있는 팀이 바로 LG였다. 두산 역시 민병헌이 롯데로 FA 이적해 확실한 외야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두산 구단의 현재 씀씀이가 김현수를 품을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었다.

반면 LG는 김현수를 데려올 이유가 명확했다. LG는 팬들의 거센 비난 속에서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선수들을 내보내며 리빌딩을 가속화했다. 그러면서도 꼭 필요한 선수를 영입해 전력을 강화한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황재균(kt 계약) 손아섭(롯데 계약) 영입에 공을 들였으나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남은 FA 가운데 최대어이자 영입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김현수만큼은 LG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즉, 김현수를 두고 두산과 LG가 경쟁했을 때 LG의 승산이 압도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었다. 

LG가 김현수와 계약 발표를 한 후 뒷얘기들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LG는 이미 한 달 전부터 김현수 영입에 공을 들였고,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줬다. 

115억이라는 몸값도 LG가 이런저런 점을 고려해 진작에 책정해뒀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현수는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는 LG 측의 제안에 큰 이견 없이 사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돌아온 김현수는 그렇게 해서 LG에 입단했고, 내년 시즌부터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잠실구장에서 다시 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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