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올해 FA 시장이 대체로 정리가 됐다. 아직 9명이나 미계약자가 남아 있지만 김현수의 LG 입단으로 행선지에 대해 관심을 모았던 대형 FA들의 계약은 마무리된 분위기다.

총 20명의 FA 계약 대상자(해외 유턴파 김현수 황재균 포함) 가운데 11명이 계약을 했다. 그 가운데 팀을 옮긴 선수는 4명이다. 김현수가 원 소속팀 두산에서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황재균도 친정팀 롯데가 아닌 kt에 새 둥지를 틀었다. 강민호가 롯데에서 삼성으로, 민병헌이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했다. 손시헌(NC) 등 나머지 계약자 7명은 소속팀에 잔류했다.

'FA 이적생' 4인방은 모두 고액의 몸값을 기록했다. 나란히 4년 계약을 했으며 김현수가 115억원, 황재균이 88억원, 강민호와 민병헌이 각각 80억원을 받았다.

   
▲ 사진=LG 트윈스, kt 위즈,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제공


최고액 계약을 한 김현수는 물론이고 4인방 모두 몸값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거품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을 영입한 구단은 거액을 들인 만큼 바라는 바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돼 달라는 것이다. FA 이적생들은 새 팀에서 '만능키'가 될 것인가.

김현수는 LG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선수다. 최근 수 년간 팀 리빌딩을 진행하면서 많은 선수들을 내보낸 LG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어느 정도 전력의 밑바탕을 구축했지만 정상에 도전할 만한 힘을 갖췄느냐 하는 면에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타선 약화가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 받았다. 올 시즌 LG가 팀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이 단적인 예다.

LG는 타선에 힘을 보탤 수 있는 확실한 '강타자' 영입을 원했다. 황재균, 손아섭(롯데와 FA 계약)에게도 손을 내밀었지만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던 LG는 마지막 남은 카드였던 김현수를 붙잡았다. 김현수는 KBO리그 통산 타율이 3할1푼8리나 되는 '타격머신'이다. 2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주전을 꿰차지는 못했지만 타격 솜씨는 녹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재균을 영입한 kt는 공수주 모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롯데에서 3할3푼5리의 타율에 27홈런 113타점의 좋은 타격 성적을 냈고 도루도 25개나 기록한 황재균이다. 3루 수비도 KBO리그에서는 수준급이다. 막내 팀 kt는 3년 연속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황재균이 바닥 탈출에 앞장서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강민호도 삼성에는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소중한 '포수' 자원이다. 삼성은 2011~2015년 정규시즌 우승 5연패를 달성하며 왕조시대를 구가하다 구단이 지갑을 닫으면서 한없이 추락을 했다. 최근 2년 연속 9위였다. 팀 재건이 시급한 삼성은 국가대표 포수로 안정적인 투수 리드 능력을 갖춘 강민호가 팀의 젊은 투수들을 잘 이끌어 마운드 강화를 이끌어주기를 바란다. 강민호의 장타력에도 기대를 갖고 있다.

민병헌을 롯데가 데려갔을 때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있었다. 롯데는 손아섭을 잔류시켰고 전준우도 있는 등 외야가 약한 편이 아닌 팀이다. 하지만 민병헌은 쓰임새가 많은 선수다. 국가대표로 뽑힐 정도로 탄탄한 수비력과 타격 재능을 갖췄다. 강민호를 삼성에 뺏겨 타선 약화를 우려한 롯데는 민병헌을 영입함으로써 테이블세터 고민을 해결하고 보다 균형 잡힌 타선 구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각자 장점이 있는 FA 이적생 4인방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활약을 해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올 시즌 대형 FA를 영입해 재미를 본 팀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올해 우승팀 KIA는 1년 전 최형우를 100억원이나 주고 삼성에서 데려왔다. 최형우는 KIA 타선의 중심이 돼 우승에 적잖은 힘을 보탰다. 롯데가 5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데는 150억원이라는 사상 최고액을 안기며 다시 복귀시킨 이대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이번 FA 4인방은 최형우, 이대호처럼 임팩트 있는 활약을 해줄 것인가. 최형우와 이대호는 '4번타자'로 존재감을 발휘할 위치에 있었다는 차별점이 있다. 결국 새로 둥지를 옮긴 4인방이 얼마나 부담감을 털고 제 기량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팀과 개인의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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