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 관련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기로 했지만 삼성그룹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개정 사실이 발표된 오늘은 관련주들이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매각하도록 명령한 근거인 가이드라인 일부에 오류가 있다며 이를 변경하기로 21일 결정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변경으로 삼성SDI는 내년 3분기까지 보유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2.1%, 약 5000억원)를 추가 처분해야 한다.

삼성SDI가 처분해야 하는 삼성물산 주식 약 404만주를 대주주나 우호세력이 받아가면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지배력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대주주가 5000억원 넘는 물량을 소화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작년 2월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 500만주를 처분할 때와 최근의 상황은 다르다”면서 “삼성물산 주가는 오버행 이슈로 처분 방법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삼성SDI는 2015년 공정위의 신규 순환출자 강화분 처분 결정에 따라 2016년 2월 삼성물산 보유주식 500만주를 처분했었다. 이때 이재용 부회장이 0.7%, 삼성생명공익재단이 1%를 매입하고 나머지 물량을 기관에 시간외 대량매매(불록딜) 형태로 넘겨 삼성물산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줄였다.

삼성물산 현재 주가가 실적과 자산가치에 비해 워낙 낮기 때문에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00만주가 시장에 나오는 단기적 수급 이슈로 기초여건(펀더멘털)에는 큰 영향이 없다”면서 “400만주는 전체 주식의 극히 일부여서 지배력의 변화에도 차이가 없고 전체적으로 하루짜리 수급 이슈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삼성SDI와 삼성전자 등 다른 그룹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또한 지배적이다. 

그러나 관련 조치가 발표된 오늘은 삼성주들이 영향을 크게 받았다. 삼성물산 주가는 오전까지만 해도 혼조세를 보였으나 가이드라인 변경 방침을 발표한 낮 12시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굳혔다. 결국 전일 대비 2.68% 떨어진 12만 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SDI는 4.27% 하락했다.

코스피 대장주이기도 한 삼성전자는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여파까지 겹쳐 보기 드물게 3.42% 하락했다. 이외 삼성에스디에스(-4.61%), 삼성전기(-3.24%), 삼성엔지니어링(-2.04%), 삼성증권(-1.37%) 등 삼성그룹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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