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율도 중요하지만 '즉시 상가' 제도 도입 더 큰 유인책
   
▲ 현진권 경제평론가
미국 감세안이 의회 상하원을 통과하자마자 기업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 법인을 둔 일본 토요타 자동차는 미국에 향후 5년간 약 10조8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번 법인세 개혁안의 핵심으로 35%에서 21%로 인하된 세율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기업들이 즉각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나서는 이유를 세금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의욕이 즉각적으로 나타난 이유는 세율 인하 때문만이 아니고, 감가상각 정책의 획기적인 개혁 때문이다.

트럼프의 감세안에는 기업이 기계 및 설비자본에 투자할 경우에는 당해 구입한 비용을 당해에 전액 비용처리해 주는 '즉시상각'을 새롭게 도입했다. 획기적인 정책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법인세 개혁으로 기업의 투자유인을 이끌어 낸 대표적 인물로 회자된다. 당시 레이건 정부가 채택한 감가상각 정책은 기존의 철학을 완전히 뒤엎는 정책이었다.

기존에는 기업 투자자산의 감가상각 형태를 어떻게 하면 정확하게 세법과 일치시키는가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레이건 정부는 실제의 감가상각 형태를 완전히 무시하고, 실제보다 훨씬 높은 상각액을 비용으로 허용하는 '가속상각' 정책을 도입했다. 이런 정책으로 인해 기업회계와 세무회계가 분리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 트럼프 정부의 감세안 핵심은 법인세에 있다.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한 것도 중요한 유인책이지만, 기업투자를 이끌어 내는 더 자극적인 개혁은 '즉시상각' 제도의 도입이다. 일본의 토요타가 즉각적으로 투자행위를 발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정부의 감가상각 정책은 레이건 정부보다 한 수 높은 정책이다. 비록 기계 및 설비자산에 한정했지만, 구입한 당해연도에 구입가액 전부에 대해 비용처리가 가능하게 했다.

반도체 및 자동차 같은 고가의 설비 및 기계장비를 사용하는 기업 입장에선 투자한 만큼 모두 비용처리가 되므로 당해 연도에 회계상 수익이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개혁안에는 회계상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그 손실을 다음 해로 이전가능하게 해서 언제든지 발생한 이익을 이전한 손실로 상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손실 이전 가능한 기간도 무한대로 바꿨다.

미국 내 토요타 자동차가 5년간 10조8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이유는 자명하다. 투자액이 모두 기계 및 설비자본 구입에 사용된다면 5년간 투자 액수만큼 비용처리할 수 있다. 왜 토요타는 5년간 투자 의사를 밝혔을까? 감세안에는 즉시상각을 5년간 한정해서 허용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토요타의 수익이 얼마나 발생할지는 모르겠지만, 즉시상각으로 10조8000억원이 비용으로 상쇄되기 때문에 5년간은 전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혹시라도 기업환경이 안 좋아 손실을 거듭한다고 해도 비용으로 처리할 10조8000억원이 든든한 방어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10년 혹은 그 이상 세금 한푼 내지 않고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감세안이 의회를 통과한 후 즉각적으로 토요타가 통큰 투자를 약속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에 잘 보이기 위해서도, 미국 국민들에게 토요타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도 아니다. 토요타 입장에서는 이번 감세안으로 어마어마한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해법을 읽었기 때문이다.

기업은 경제적 유인에 따라 투자행위를 결정한다. 국가경제 성장을 이야기하면서 기업투자를 외면하면 경제문맹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경제 성장을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 등으로 포장해서 홍보하지만, 경제성장의 핵심인 기업투자에 대해선 아무런 정책적 배려가 없다. 그저 청와대를 중심으로 기업 총수를 불러서 어우르고 잘해보자는 제스쳐 밖에 보이지 않는다. 기업투자는 정책의 유인에 의해 이루어지지, 상생과 공유경제라는 가르침으로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국 감세안의 핵심은 법인세에 있다.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한 것도 중요한 유인책이지만, 기업투자를 이끌어 내는 더 자극적인 개혁은 '즉시상각' 제도의 도입이다. 일본의 토요타가 즉각적으로 투자행위를 발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진권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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