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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재용은 피해자…기업인이 '정치 희생양' 돼선 안 돼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주범' 아닌 '피해자'
항소심 결과 어떻든 반(反)기업 정서에 맞서야
승인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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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7-12-2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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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지난 3개월간 여러 가지 쟁점이 있었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하나다. 이 부회장이 국정 농단 사건의 피해자라는 것.

이 부회장이 구속되던 당시, 죄가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단지 그의 팔에 포승줄이 묶였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환호했다.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잘못한 것이 많으니 손자인 네가 대신 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스스럼없이 제기됐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제공


그야말로 '반(反)기업정서'의 승리다. 국민정서에 힘입은 특검은 '세기의 재판'을 운운했고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과언도 남겼다. 원심 재판부 역시 '포괄적 현안인 승계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다'는 추상적인 판결과 함께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법'에 따르면 무죄, '국민정서법'에 따르면 유죄일 수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된 것이다. 

항소심에서는 이 같은 원심 판결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공판이 이어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보다 강도 높은 죄를 선고하기 위해,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의 무죄 입증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항소심 초반에 특검은 피고인들을 가리켜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 다음가는 주범"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자신들이 제시한 증거가 100%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그들을, 아니 기업을 악(惡)으로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특검의 이 같은 전제는 잘못됐다. 그들이 국정농단의 주범이라고 지목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기업경영 자유의 침해'였다. 이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의 주범이 아닌 '피해자'임을 의미한다. 

변호인단 역시 헌재의 판결을 예로 들며 "이 점이 해당 사건의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피고인들이 정경유착의 근원이라는 결론을 앞세우다 보니 구체적인 청탁은 안 밝혀지고,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묵시적 청탁과 포괄적 현안이라는 추상적인 얘기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정농단에 가담한 사람과 피해자의 위치가 바뀌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사람들의 진술 신빙성을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 조우현 산업부 기자
변호인단의 말대로 삼성은 죄가 없다. 아니, 잘못이 있다면 국내 최대 기업이라는 것, 그리고 정부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점에 있다. 이 회사는 단지 다른 기업보다 잘 나간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요청을 받았고, 늘 가장 많은 후원금을 내야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 박수는커녕 '총수의 구속'이라는 비극으로 돌아왔다. 그 누구도 삼성의 노고를 치하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삼성은 잘 나가는 기업이니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처지를 실감한 이 부회장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그가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항소심 결과가 어떻든 반기업 여론에 보다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삼성이 언제까지나 '삼성'으로 남는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잘나간다는 죄'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돼선 안 된다.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궤를 같이한 삼성이다. 자부심을 갖고 반기업 정서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삼성이 흔들리면 대한민국 경제도 흔들린다. 이대로 내버려둬선 안 된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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