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제천 스포츠센터가 사전점검을 통해 소방시설 고장 등 내부 안전문제를 이미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져 예고된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두손스포리움'에서 화재가 일어나 2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다쳤지만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제천 스포츠센터에 대해 올해 제천소방서의 소방특별조사는 한차례도 없었으나, 연간 의무적으로 1회씩 시행하는 소방시설점검은 화재가 일어나기 3주 전인 지난달 30일 소방시설점검업체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점검업체가 확인한 소방안전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건물 1층 로비에 위치한 스프링클러 설비의 알람밸브가 폐쇄되어 있어 8개 전층 356개 스프링클러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스프링클러를 통제하는 알람밸브의 배관과 머리 부분 사이에서 누수가 일어난다는 이유로 알람밸브가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점검업체는 보조펌프 고장도 지적했고 화재감지기 일부가 전선이 끊겨 쉽게 작동하지 않는 것도 발견했다.

이에 따라 화재감지기에 반응해 연동되어 움직이는 방화셔터도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건물 2~3층 비상구 통로 앞에는 목욕용품 보관대가 피난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받았고 건물 5~6층에는 적재물이 쌓여 방화셔터가 제대로 닫히지 않기도 했다.

   
▲ 화재를 119에 최초로 신고한 목격자는 21일 오후3시53분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났다고 전했다. 사진은 전날 오후 화재로 29명이 사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현장에서 22일 오전 소방관들이 수색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점검업체에 따르면 비상탈출구를 알리는 유도등 일부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아 이 또한 지적사항에 포함됐다.

점검업체는 지난달 30일 스포츠센터 건물에 대한 화재 소방시설 점검을 마친 후 보고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

규정상 점검 후 30일 내에 제천소방서에 보고서를 제출하면 되어서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 참사에서 건물 내 화재 감지 비상벨이 울렸지만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3일 이번 화재가 1층 천장에서 발화했다고 밝혔다.

제천경찰서에 꾸려진 경찰 수사본부는 23일 참고인 신분으로 건물주 이모(53)씨를 조사한다.

앞서 건물의 스프링클러 설비는 작년 7월20∼31일간 소방안전관리자 점검 당시와 같은 해 10월31일 제천소방서가 실시한 소방특별조사에서 모두 정상 작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사고 4달 전인 올해 8월 경매를 통해 건물을 매입했고, 리모델링을 거쳐 10월 사우나장과 헬스시설을 개장했으나 2개월 만에 참사가 일어났다.

경찰은 이날 이씨가 입원 중인 원주의 한 병원에 직접 찾아가 안전시설 설치관리 현황, 불법증축 및 용도변경 여부, 소방점검 내역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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