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보조금경쟁 규제 잘못, 통신요금인가제도 SKT KT LG유플 강제담합 부추겨

   
▲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들어가는 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시행은 10월 1일부터라고 한다. 단말기 보조금 공시제, 분리요금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법이다. 이 법의 주된 목적은 단말기 할인을 막는 데에 있다. 지금도 단말기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주는 것은 불법이고, 과징금 부과의 대상이지만, 새로 제정된 단통법은 그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통법은 정부가 강제하고 있는 통신사들 사이의 담합을 더욱 공고히 해줄 것이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단말기 가격을 올려서 통신사들의 이윤을 늘려줄 것이다. 단말기 보조금 규제는 새로운 통신기술의 보급과 발전도 저해한다. 이 법 때문에 요금인하 경쟁이 생겨날 리도 없다. 발제문에서는 왜 왜 그런지를 밝힌 후 새로운 정책방향을 제시하려고 한다.

2. 단말기 보조금 경쟁은 왜 일어나는가?

통신사들 사이에 보조금 경쟁이 일어나는 원인은 크게 비용구조와 네트워크 효과 두가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통신서비스는 고정비용은 크고 가변비용은 작은 상품이다. 일단 통신망(고정비용)이 구축되고 나면 가입자가 늘어나더라도 비용(가변비용) 증가는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통신사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가입자로부터의 요금 수입이 가변비용(미미한 금액)을 넘어서기만 하면 새로운 가입자를 받는 것이 이익이다. 통신사들이 가입자 1인당 약정기간 동안 받게 될 통신요금의 거의 대부분을 보조금으로 돌려주고서라도 가입자를 확보하려는 것은 그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라는 통신망의 특성은 보조금 경쟁을 더욱 강화한다. 네트워크 효과란 같은 망을 쓰는 가입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각 개별 가입자가 누리게 되는 편익 또한 증가하는 속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전화기는 한 사람만 가지고 있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이 전화기를 가지면 각자의 전화기는 통화 상대방이 한 사람씩 생기기 때문에 쓸모가 생겨난다. 세 사람이 전화기를 가지게 되면 각 전화기의 소유자는 2명의 통화상대방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 가치는 더욱 늘어난다. 이런 속성을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른다.
 

휴대전화도 네트워크 효과의 속성을 강하게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수록 가입자당 통화량이 늘어날 수 있고 다양한 부가서비스 사업을 할 여지도 생겨난다. 그렇기 때문에 비용을 들여서라도 가입자를 확보하면 네트워크 전체의 가치가 높아져서 그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를 생각하면 통신사들의 가입자 유치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누군가 경쟁에 승리해서 가입자가 늘면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서 소비자들은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5:3:2 의 시장점유율을 강제하려는 정부의 ‘유효’경쟁 정책 때문에 가입자 유치경쟁을 제로섬 게임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사실이다.

3. 단말기 교체는 자원 낭비가 아니다

잦은 단말기 교체가 자원의 낭비이기 때문에 이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단말기 할인 경쟁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규제의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단말기 교체율 67.8%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원 낭비라는 인식과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다. 단말기 교체를 문제시하는 입장에서는 ‘멀쩡한’ 단말기가 버려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단말기가 멀쩡한지 아닌지는 제3자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당사자가 보기에 교체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는 순간 그 단말기는 멀쩡한 것이 아니라 교체가 필요한 단말기가 된다.
 

이것은 우리가 옷과 구두 같은 것을 여러 벌 가졌다고 낭비라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한국인은 미국인, 영국인, 일본인 등 어느 나라 사람과 비교해 봐도 옷을 자주 산다. 남들이 보기에는 멀쩡한 옷들을 옷장에다 쌓아 놓고도 또 옷을 쇼핑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그것이 낭비인가? 그것을 막기 위해 옷 할인과 광고를 막는 것이 제대로 된 정책인가. 필자 같은 사람은 책을 가지고 그렇게 한다. 이미 사 놓은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은 채 다른 책을 또 산다. 나의 이런 행동을 막기 위해 책 할인을 규제하는 것이 옳은 정책인가. 그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한, 타인들이 낭비라고 비난할 자격이 없고, 규제할 자격은 더욱 없다.
 

복지정책 같은 것은 혜택을 보는 사람과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낭비가 일어난다. 그러나 단말기 교체와 관련된 비용은 당사자들인 소비자와 통신사, 제조사가 다 알아서 부담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말기 교체는 낭비가 아니다. 각자가 필요해서 교체가 일어난다고 봐야 한다.  단말기 교체를 자원의 낭비라고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것을 통해서 통신기술의 보급이 이루어져왔기 때문이다. 즉 통신기술이 2G에서 3G로, 그리고 또 다시 LTE로 발전해가는 과정은 단말기가 교체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기업들의 단말기 할인은 그 과정을 촉진해왔다. 반대로 단말기 할인 규제는 새로운 통신기술의 보급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휴대폰 보조금 경쟁을 제한하는 단말기유통법을 통과시켜 논란이되고 있다. 단통법은 휴대폰제조사의 보조금경쟁을 막고, 소비자들의 부담은 늘리는 대신 통신사들의 이윤을 높여주게 된다. 정부는 통신사에 대한 요금인가제를 폐지해서 통신사의 유효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현행 통신업계 1위인 SKT에  대한 요금인가제는 후발주자를 보호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사실상 강제담합을 부채질하는 나쁜 제도이다.

핀란드의 경험은 좋은 증거이다. 지금은 한국을 제외하고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하는 나라가 없지만, 예전에는 핀란드도 한국처럼 단말기 교체를 낭비로 보고 1996년부터 보조금을 금지했었다. 그러던 핀란드 정부가 20년이나 지속되던 보조금 규제를 2006년에 폐지한다. 새로운 통신기술인 3G의 보급 속도가 너무 느렸기 때문이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빠르게 3G로 전환해가는 데 핀란드만 2G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핀란드 인들이 단말기를 교체하지 않는 데에 있었다. 새로운 세대의 통신이 보급되려면 소비자들이 거기에 맞는 새로운 단말기를 구매해야 하는데 핀란드 소비자들은 정부의 의도대로 단말기 교체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단말기 교체에 필요한 목돈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통신사의 보조금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핀란드의 통신사들은 법을 곧이곧대로 따랐기 때문에 보조금을 제공하지 않았다. 핀란드의 3G  보급이 늦어진 이유다. 결국 2006년에 핀란드 정부는 보조금 규제를 폐지하게 되고 그 후 3G가 급속히 보급된다. 지금 핀란드의 3G 보급률은 100%이다. 

새로운 통신기술의 보급은 단말기의 교체와 더불어 이루어진다. 2G에서 3G로의 발전이 그랬고, 3G에서 LTE로의 발전이 또한 그렇다. 소비자들이 단말기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면 핀란드에서처럼 단말기 교체에 소극적일 것이고 그 결과 새로운 통신기술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과 투자도 줄어든다. 이렇게 본다면 단말기 보조금 경쟁은 통신기술의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통로인 셈이다. 공격적 보조금 경쟁을 자원의 낭비라며 규제하는 것은 통신기술의 동태적인 발전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단말기 보조금 규제를 중단하라.

4. 단말기 보조금 경쟁과 요금 경쟁은 별개의 문제다

단말기 보조금 때문에 통신요금이 높아진다는 문제의식도 보조금 규제의 중요한 근거를 이룬다. 보조금이 사라지면 통신요금이 낮아질 거라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보조금 규제를 지지하는 소비자단체들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근거가 없는 생각이고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가격 인하는 기업에게 자금 여유가 있는지의 여부와는 무관한 결정이다. 가격을 낮추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기업은 아무리 적자상태라고 해도 가격 인하를 할 것이다. 가격을 내려 봤자 이윤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아무리 회사에 여유 자금이 많더라도 가격을 낮출 이유가 없다.
 

이건 마치 광고가 가격을 높인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오류이다. 광고에 비용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오히려 광고가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광고로 인해서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격 경쟁도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광고를 못하게 하면 소비자의 선택폭이 좁아지고 그 결과 경쟁 둔화, 원가 절감 노력 위축 등의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광고를 금지하면 광고에 들어갈 비용이 다른 용도로 얼마든지 지출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통신 요금경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단말기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규제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선발주자인 SKT 에 대한 통신요금 인가제를 통해서 SKT, KT, LGT의 시장점유율이 5:3:2 상태를 유지하도록 미세조정을 해오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규제가 통신요금 인하 경쟁을 막고 있는 것이다. 요금 인가제를 풀면 통신사들은 지금까지 보조금 경쟁을 벌였듯이 조만간 요금인하 경쟁에 나설 것이다. 단말기 보조금 때문에 요금인하가 안된다는 것은 거짓말이거나 또는 무지의 소산이다.
 

단말기 보조금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과징금을 감수해가면서까지 규제를 어기고 경쟁을 하는데, 요금 경쟁은 왜 일어나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보조금은 수만개의 판매점과 대리점을 통해서 지급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막는 것이 매우 곤란한 반면, 요금인하는 규제의 대상이 3개의 통신사(그것도 본사) 밖에 없기 때문에 규제를 피해서 경쟁하는 것을 철저히 막을 수 있는 것 아닐까.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제 통신요금 인하 경쟁을 막고 있는 요금인가제를 폐지해야 한다. 더 나아가 통신사들 간의 담합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는 유효경쟁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5. 유효경쟁 정책은 강제 담합정책이다

과거 정통부에 이어서 미래창조과학부도 통신산업에 대해서 유효경쟁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세 통신사의 시장점유율을 5:3:2로 유지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SKT 는 5를 넘지 못하게 막고, LGT 는 2보다 작아지지 못하게 도와주는 정책이다. 지난 10여년간 정부는 요금인가제나 접속료 차등 적용 등을 통해서 이 비율을 유지해왔다.
 

이런 것을 ‘유효’ 경쟁정책이라고 부르는 공무원이나 학자들은 굉장한 착각을 하고 있다. 이 정책은 경쟁정책이 아니라 경쟁을 억누르는 정책이다. 경쟁이란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품질을 높이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유효경쟁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정책수단들은 선발주자의 요금인하를 막고, 후발주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소위 ‘유효’경쟁정책은 경쟁정책이 아니라 ‘강제담합정책’이다. 소비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후발 통신사를 살찌우는 정책이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통신정책도 궁극적인 판단기준은 소비자의 후생이어야 한다. 통신산업에 굳이 3개의 경쟁자가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3개의 통신사를 유지하기 위해 소비자가 희생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셋이서 경쟁을 하다가 하나만 남는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품질은 높아지고 원가는 낮아질 것이다. 한 개만 남아서 가격을 높일 것이 우려된다면 통신사업 면허를 계속 개방해 놓으면 된다. 면허만 개방된다면 비록 하나의 사업자만 존재하더라도 그 사업자가 독점행동을 할 수 없다. 마치 마이크로소프트가 한 때 원도우로 운영체제 시장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어도 가격을 올리거나 품질을 낮추는 등 독점적 행동을 할 수 없었던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언제 구글 같은 경쟁자가 나올지 알 수 없지 않은가. 통신산업도 마찬가지다. 진입만 열어 놓는다면 통신사가 한 개이든 다섯 개든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처럼 후발주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있는 한, 제4의 이동통신사업자를 진입시킨다고 해도 경쟁은 생겨나지 않는다. 오히려 SKT 같은 선발주자로 하여금 비용만 더 부담하게 해서 결국 소비자는 더 높은 가격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새로운 통신 사업자의 진입이 진정한 경쟁정책이 되려면 담합을 강제하는 유효경쟁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강제담합정책에 불과한 유효경쟁정책을 폐기하라. 더 이상 지금의 정책을 유효경쟁정책이라 부르지 말라. 그 대신 경쟁을 촉진할 정책을 펴라. 통신사들이 서로 담합하지 못하게 감시하고 원가절감과 통신 품질개선에 최선을 다하도록 장려하고 감시하라. 그렇게 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되게 허용하라.

6. 가격 차별 규제는 소비자에게 손해다

가격차별은 단말기 보조금과 관련하여 소비자로부터 가장 많은 불만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누구는 많이 깎아주고 누구는 제값을 받는 상황에서 제 값을 낸 소비자가 불만을 가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의 단말기유통법에서는 단말기 보조금 공시제를 의무화하고 있다. 가게마다 보조금 액수를 미리 공시하고, 그 금액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라는 것이다.  과연 가격 차별은 소비자에게 손해인가? 제값을 지불한 소비자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만 소비자 전체에게는 기업의 가격차별 전략이 이익일 가능성이 높다.
 

가격차별이 독점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면 소비자들은 손해를 본다. 그런 상황에서의 가격차별은 당사자인 기업의 이윤을 늘린다. 그러나 가격차별이 경쟁의 수단으로 쓰이는 상황에서는 당사자 기업의 이윤은 줄고 소비자의 몫은 늘어난다. 바로 보조금 경쟁이 그렇다.
 

이렇게 질문해 보면 된다. 모든 소비자에게 똑같은 할인을 해줘야 할 때와, 각 소비자에게 맞는 할인을 할 때를 비교해 보면 어느 쪽의 할인 총액이 더 클까? 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할인총액은 후자 쪽이 많을 것임이 거의 확실하다. 동일한 할인을 해야 할 경우 할인 총액과 유치가능한 소비자의 숫자 사이의 탄력성이 약해지기 때문에 통신사들은 할인에 소극적이 될 것이다. 그만큼 통신사들의 이윤은 증가하게 된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통신사들은 제발 자신들의 할인 경쟁을 막아달라고 미래창조과학부에게 사정을 하며 매달리는 것이다.
 

가격차별이 소비자에게 해로운 때는 독점력을 가진 기업이 그것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때이다. 그러나 단말기 가격의 차별적 할인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가격차별이 경쟁의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가격차별을 하지 못하게 하면 경쟁도 사라지게 된다. 많은 할인을 받을 수 있었을 소비자들은 모두 똑같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단말기를 사야 한다.
 

단통법으로 공시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가격차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현재의 상태에서도 이용자 차별적 보조금 지급은 불법이다. 통신사들이 심심찮게 과징금 처분을 받는 것은 그 규제를 어기고 차별적 보조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공시제 하에서도 통신사와 대리점과 판매점들은 공시된 금액보다 더 많은 할인을 제공할 것이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누구나 최소한 공시된 금액만큼의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결론을 말하면 이렇다. 통신사들이 단말기 할인을 통해서 가입자 유치를 하기가 어려워질수록 소비자들이 받게 되는 할인혜택의 총액은 줄어들 것이다. 단말기 가격 할인을 막지 말라.

7. 통신사들의 규제 요구는 성숙하지 못한 태도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통신사들이 단말기 보조금 규제를 요구하는 것을 볼 때마다 혼란을 느낀다. 보조금 경쟁을 하는 것은 통신사들 자신이 아닌가. 게다가 잊을만 하면 한번씩 언론을 장식하는 과징금 부과 소식은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이 불법임을 뜻한다. 그 법을 어겼기 때문에 과징금을 부과받는 것이다. 기존의 규제도 안지키면서 왜 또 다른 규제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가. 이런 것들이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기업들이 미래창조과학부에 요구하는 것은 더욱 철저하게 담합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것이다. 자신들은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줄 수밖에 없으니 제발 소비자에게 돈을 쓰지 못하도록 더 철저하게 붙잡아 달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웃기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말이 안되는 요구를 하고 있다. 아이들처럼 정부에게 칭얼대고 있는 것이다. 보조금 때문에 요금 인하를 못한다면 보조금을 주지 말고 요금인하에 착수하라. 그러면 소비자들이 선택해줄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인가제를 통해서 요금을 내리지 못하게 하면 당당하게 정부에 맞서라. 요금을 내리고 싶어도 미래창조과학부가 인가제로 막고 있어서 그러지 못한다고 기자회견만 한번 하면 시민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 정부도 조만간 인가제를 폐지할 수밖에 없다. 매번 로비하듯이 뒤로만 불평을 하고, 건의를 하다 보니 항상 공무원에게 끌려다는 것이다. 관피아라는 부패의 고리가 형성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신사들이 정부에게 요구하는 것은 담합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가는 혜택을 줄여서 통신사의 이윤을 보장해달라는 요구이다. 이런 요구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8. 열린 시장에서 제조사의 단말기 독점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단말기 시장에서 제조사의 독점이 이루어진다는 문제의식도 보조금 규제의 논거 중 하나다. 그러나 이것은 넌센스다. 한국의 단말기 시장은 충분히 국제화되어 있다. 갤럭시는 국내시장에서 팬택뿐만 아니라 아이폰이나 넥서스폰과도 경쟁을 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 비록 제조사가 하나만 남는다고 하더라도 독점을 걱정할 이유는 없다. 군소 제조업자를 살리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것 때문에 경쟁력 있는 제조사의 경쟁력을 깎는 것은 목적과 수단을 뒤집는 것이다. 갤럭시의 독점력을 걱정할 힘으로 외국 중저가 폰의 수입 과정에 불필요한 장애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9. 어떻게 할 것인가?

(1) 담합정책인 ‘유효’경쟁 정책을 폐기하고 진정한 경쟁정책을 펴라
여러 가지의 정황으로 미루어 보면 미래창조과학부 휴대전화 정책의 근간은 통신산업에서의 상대적 약자인 LGT와 KT를 보호해서 5:3:2 의 시장점유율 구도를 유지하는 데에 있는 듯하다. 이제 이 정책, 즉 ‘유효’경쟁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LGT와 KT의 이익을 위해서 소비자에게 비싼 요금을 강요할 뿐이다. 기업의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인지가 중요하다. 기업이 원가절감과 통신품질 개선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한다면 그 기업의 숫자가 1개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담합정책인 소위 ‘유효’경쟁정책을 폐기하라. 누구라도 5:3:2의 시장점유율을 깨뜨리고 나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라.

(2) 요금인가제를 폐기하고 요금인상시에만 사후적 제재하는 체제로 전환하라
지금의 통신요금인가제는 실질적으로 SKT의 공격적 요금 인하를 막는 장치로만 쓰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LGT와 KT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그러려면 요금인가제를 폐기하는 것이 좋다. 통신요금을 자유화하라. 그러면 정부가 잔소리를 하지 않더라도 요금은 내려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통신사들은 원가절감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단말기 보조금이나 광고가 줄어드는 부수적 효과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요금을 자유화해서 요금이 인상될 것이 걱정된다면 인가제 대신 요금인상 규제 정책으로 전환하라. 다만 사전적 인가제 대신에 사후적 제제 방식으로 하라. 즉 각 통신사들에게 요금 책정의 자유를 주되 담당부서가 그 중에서 실질적인 요금 인상 부분만 가려내어 제재를 가하고 환원을 요구하는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사전 인가제를 하면 또 다시 지금처럼 암묵적으로 요금 인하를 막는 장치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요금경쟁이 시작되면 보조금 규제도 폐지하라.
보조금 규제의 가장 중요한 명분이 요금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요금 인가제를 폐지한 후, 요금 인하 경쟁이 일어난다면 보조금 규제는 존재 의미를 잃는다. 단말기 할인은 LTE 같은 새로운 통신기술을 보급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LTE 이후로도 새로운 통신기술은 계속 개발될 것인데 단말기 할인을 막아 놓으면 새로운 통신기술의 개발 노력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보급되지 않는 신기술을 개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통신요금 인하 경쟁은 인가제 폐지를 통해서 이루고, 단말기 보조금 규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컨슈머워치 운영위원, 프리덤팩토리 대표,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

(이 글은 프리덤팩토리 컨슈머워치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하는 단말기보조금 해법 모색 세미나에서 김정호 교수가 주제발표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