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 상태다. 주목 받은 굵직한 FA 선수들의 계약은 지난주 김현수의 LG 입단으로 일단락된 분위기다. 

현재 이번 FA 시장에 나온 선수들 가운데 미계약자는 9명에 이른다. 대부분 30대 중반의 베테랑 선수들이며, 나이가 걸림돌이 돼 협상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 가운데 계약이 늦어지는 것 자체가 '격세지감'인 두 선수가 있다. KIA 김주찬(36)과 한화 정근우(35)다. 

   
▲ 사진=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나란히 두번째 FA 자격을 얻은 김주찬과 정근우는 현재 소속팀 뿐 아니라 어느 팀에 가더라도 주전을 꿰찰 수 있는 자원이다. 빼어난 성적을 내왔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둘은 올해 활약상도 괜찮았다. 김주찬은 122경기 출전해 타율 3할9리, 12홈런 70타점 78득점 9도루로 KIA의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정근우는 105경기 출전해 타율 3할3푼 11홈런 46타점 73득점 6도루의 성적을 기록했다. 무릎과 팔꿈치 부상으로 출전 경기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타율만 놓고 보면 최전성기였던 2009년의 3할5푼에 이은 개인 두번째 고타율이었고 2루 수비 실력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김주찬과 정근우의 계약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둘 다 다른 팀으로의 이적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몸값도 높고 나이도 많아 다른 팀에서 선수 보상까지 감수하며 손을 내밀기가 쉽지 않다. 둘 다 현 소속팀과 잔류에 기본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제는 역시 계약 기간과 금액이다. 

김주찬은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38살, 정근우는 37살이다. 첫번째 FA 자격을 얻어 각각 롯데에서 KIA로, SK에서 한화로 옮길 때만 해도 둘은 4년 계약을 했고 김주찬이 50억원, 정근우가 70억원의 고액 몸값을 기록했다.

하지만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KIA나 한화 모두 장기계약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반면 선수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계약 기간이 짧아지면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선수들로서는 안정적인 현역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받을 수 있는 금액도 크게 줄어든다. 

계약기간을 몇 년으로 할 것인지, 연봉 수준은 어떻게 맞출 것인지, 구단이나 선수의 셈법이 복잡하다. 협상이 해를 넘겨 신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KIA는 에이스 양현종과 재계약을 아직 하지 못해 김주찬과 협상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근우는 구단과 협상이 길어지자 예정됐던 하와이 개인 훈련을 떠났다.

내년 2월초면 각 팀들은 스프링캠프로 떠나며 본격적으로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김주찬과 정근우는 그 이전에 계약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협상의 주도권은 아무래도 구단쪽이 쥐게 된다. 김주찬과 정근우의 계약은 앞으로 괜찮은 기량을 유지하면서 두번째 FA 자격을 얻게 될 선수들에게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에 그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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