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흥식 금감원장이 최근 비트코인 열풍에 대해 “버블이 붕괴될 것”이라며 “내기를 해도 좋다”고 한 발언이 금융투자업계에 작지만 의미 있는 파장을 만들고 있다. 전면에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최근 금융당국 수장들의 날선 발언에 업계의 표정은 점점 굳어가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최근 공식발언이 업계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27일 출입기자 송년 만찬회에서 나왔다. 최 원장은 기자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암호화폐(가상화폐) 비트코인과 관련된 질문에 답변했다.

   
▲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그는 “비트코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선 각국 정부도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번 유럽 출장 때 (각국 금융당국 대표들에게) 물어봤더니 오히려 우리에게 반문하더라”고 말했다. 이 부분까지는 최근 다른 자리에서 했던 발언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문제의 표현은 최 원장이 최근 가상화폐 투자 열풍과 관련해 “결국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나왔다. 그는 비트코인 추세 하락에 대한 확신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거품이 빠진다고) 내기를 해도 좋다”고 장담했다.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우선 금감원장이 시장상황에 대해 ‘내기’를 운운한 점이 매우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트코인 투자에 도박처럼 접근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상황에서 금감원장이라는 사람이 거품 빠진다고 내기해도 좋다니 이게 무슨 말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과열된 투자열풍이 언젠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상황을 연착륙시킬 구상을 내놔도 모자랄 판에 경착륙에 일조하는 발언으로 불을 지른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최 원장의 투자이력까지 문제 삼으며 그의 이번 발언의 부적절함을 꼬집기도 했다. 실제로 금감원 노조는 최 원장 취임 당시 그가 했던 부동산 갭투자와 그의 전 직장인 하나금융과의 이른바 ‘특수관계’를 지적하며 강력하게 반발한바 있다. 

노조의 결론은 ‘하나금융에 대해 추상과 같이 엄정한 제재를 하는 것’으로 귀결됐지만 최 원장이 부동산 갭투자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는 점만큼은 사실로 남았다. 그랬던 최 원장이 이제 와서 비트코인 투자를 마치 죄악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비트코인 내기’ 발언이 만든 파장은 단순히 일회성 해프닝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가능해 보인다. 시장의 자발적인 흐름으로 만들어진 비트코인 투자에 대해 당국이 지나친 제재일변도로 대응한다는 불만이 적층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비트코인 관련 세미나 등을 준비하며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응하고자 했던 증권사‧자산운용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시장상황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지적 또한 반복적으로 나온다. 최근 들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은 비트코인 뿐 아니라 각 금융사들의 경영권 문제나 금융투자협회 인사와 관련된 사견도 서슴지 않고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업계로서는 운신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느낄 만하다.

한편 최근 비트코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계속 강경해지고 있다. 심지어 법무부는 거래소 폐지방안을 건의하며 더욱 강력한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오는 30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열자’는 여론까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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