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SK·LG 등 일제히 시무식
경제단체장 "미래 성장 위한 혁신 필요"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재벌총수들의 무술년(戊戌年) 경영 화두는 '책임경영'과 '미래성장'으로 모아진다. '혁신'을 외쳤던 전 정부때와 달리 새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국정과제로 앞세워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등 기업에 타격을 입히는 정책 시행을 예고해 기업들이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이런 악조건들을 돌파할 승부수는 결국 내실다지기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생존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사진=각사 제공


◇ 재계총수 "올해도 어렵다…위기 속 도약" 당부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그룹·SK·LG·롯데 등 5대 그룹은 일제히 시무식을 열고 임직원들에게 대내외적 위기 요인들을 환기시켰다. 특히 사업확장보다는 R&D 등을 통해 내실을 다져 위기 속 도약을 임직원들에 거듭 강조했다.

총수부재가 장기화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시무식을 통해 "작년의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변화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오현 회장, 윤부근 부회장, 신종균 부회장, 김기남 사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사장단과 임직원 500여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9~12일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8에 새 사령탑에 오른 김기남(반도체)·김현석(소비자가전)·고동진(IT모바일) 사장을 보내 프리미엄TV 등 내년을 주도할 신기술을 글로벌 무대에 적극 알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었던 현대·기아자동차의 신년사에는 심기일전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이 2년 연속 줄어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결과 825만대로 내걸었던 지난해 판매목표를 올해는 755만대로 낮췄다. 

정몽구 회장의 신년사에는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하고, 미래 자동차산업을 선도하자는 당부와 각오가 담겼다. 친환경차 및 전기차 확대와 더불어, 올해 글로벌 무대에서 첫 공개를 앞둔 수소전기차 론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SK그룹은 이날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최태원 회장과 계열사 임원들이 참석하는 신년회를 연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회적 가치' 및 '혁신'에 중점을 둔 신년사를 발표하고 새해 경영 방침을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가치'와 '공유인프라' 등 키워드는 최 회장이 지난해 6월 'SK그룹 확대경영회의'와 10월 'CEO 세미나'에서도 누차 강조했던 경영 화두다.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이 같은 위기의식과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최근 인사로 세대 교체된 임원들과 함께 이같은 의지를 다질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시무식을 개최하지 않은 LG그룹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구본무 LG그룹 회장 주재로 시무식 및 신년사를 발표한다. LG그룹은 올해를 '제조업 혁신 원년'으로 삼고 사업별 본연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것을 임직원들에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서열 5위인 신동빈 롯데 회장은 "고객의 삶에 가치를 더하고 '뉴롯데'의 가치를 내재화해 본격적으로 실행해 나가자"며 사회 트렌드와 가치 변화에 관심 △그룹 전반에 디지털 전환 △브랜드 가치 제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2일 2018년 새해를 맞아 그룹 경영진에게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자세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달라"고 주문했다. 허 회장은 또 경쟁력 강화와 포트폴리오 확충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도 전사적인 혁신으로 일류 한화의 미래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며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고 투자를 축소하는 소극적인 내실화가 아니라 지금부터 미래성장 전략을 고민하고 경쟁사보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내일의 기반을 더 적극적으로 다지자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 경제단체장들 "기업가정신 발휘할 때…혁신 촉진해야" 

이에 앞서 주요 경제단체들은 지난해 말 내놓은 신년사에서 일제히 위기 타개 방침으로 미래성장을 위한 혁신을 강조했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규제 완화 필요성도 당부했다.

   
▲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병원 경총 회장, 김영주 무역협회장,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신년 화두로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공을 세웠으면 그 자리에 머물지 말라는 뜻)'를 제시하면서 “내년에는 우리 경제가 과거에 일궈놓은 산물과 질서에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도전과제를 극복함으로써 미래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방형 체제로 규제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며 “정부의 정책 자원이 연명기업에 집중되기보다 혁신을 만들어내는 성장기업의 디딤돌이 되도록 재배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2018년부터는 4차 산업혁명,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 경제 신3고(新3高)와 동계올림픽 개최 등 많은 것이 바뀌고 새로워 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허 회장은 “새로운 시대를 성공적으로 맞으려면 기업가 정신이 왕성하게 발휘되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에서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노동시장의 규제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할 경우 초과근무를 많이 하는 근로자는 소득이 15.2% 감소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임금수준이 높지 않은 근로자들이 이런 소득 감소를 감내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노동계의 용단을 기대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성장 잠재력이 높은 서비스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전기차, 로봇,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의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018년 한 해를 전망하는 사자성어로 호시우행(虎視牛行·'눈은 호랑이와 같이 늘 예리하게 유지하면서도 행동은 소처럼 착실하고 끈기 있게 한다')을 꼽았다. 그는 "중소기업이 혁신 성장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형 규제개혁 과제를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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