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입주 예정 아파트 작년보다 26% 늘어난 44만가구…역대 최다
화성 등 일부 지역은 전셋값 하락세로 돌아서…서울은 오를 가능성
황금개띠의 해라는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탄핵정국과 이어진 '5월 장미대선', 그리고 문재인 정부 출범과 부동산대책.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저물었지만 2018년 부동산 시장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주택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가면서 시장 분위기는 가라앉을 전망이다. 2018년 무술년 부동산 시장을 미리 예상해본다. [편집자주]

[2018 부동산] 집 없는 서민 전세걱정 안해도 되나?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44만가구. 예정대로라면 올해 집들이에 들어갈 새 아파트 물량이다. 

새 아파트 공급이 늘어난다는 것은 매매나 전세 모두  공급 물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 만큼 전셋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집 없는 서민 입자에서는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 만도 않다. 세입자가 필요로 하는 곳에 물량 공급이 늘어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이다. 서울은 여전히 극소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최근 새 아파트 입주가 늘어난 지방과 경기도 남부 지역은 세입자 찾기에 비상이 걸렸다. '역전세난'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38만3800가구)보다 5만5700가구(14.5%) 늘어난 약 44만가구에 이른다.

집값 안정을 위해 노태우 정부가 1988년부터 시작한 주택 200만호 건설 때보다도 많다. 

당시 분당·일산 등 수도권 5개 신도시 개발을 통해 1992년 40만4100가구를 시작으로 94년(41만4400가구)과 95년(41만9400가구), 97년(43만2100가구)까지 연간 입주물량이 40만가구를 넘겼었다.

그러나 1기 신도시 입주가 마무리된 2000년대 들어서는 연간 입주 물량이 40만가구를 넘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올해 입주 물량을 지역별로 보면 역시 경기도가 16만2000가구로 가장 많다. 지난해보다 26% 정도 늘어난 물량으로, 전국 입주물량의 3분의 1이 넘는다.

전북은 129% 증가한 1만3200가구, 충북은 86% 늘어난 2만2700가구가 입주한다. 최근 미분양이 늘고 있는 경남과 충남도 각각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3만9800가구와 2만43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처럼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으로 전셋값 안정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일부 입주물량이 집중되는 곳은 역전세난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경기도의 경우 화성과 평택 등 서남권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전셋값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있는데, 이는 올해 대규모 입주물량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지역에 따라서는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일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셋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은 시세조사 결과를 봐도 짐작할 수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셋값은 전월대비 0.03% 하락했다. 지난 2012년 9월 시작한 전셋값 상승행진이 5년 3개월 만에 끝난 것이다.

전셋값이 오른 곳은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세종(0.72%)시와 서울(0.17%)·광주(0.12%) 등 8곳이었지만, 11월 12곳에 비해서는 크게 줄었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연립주택(0.04%)과 단독주택(0.02%)은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아파트(-0.06%)만 하락폭이 커졌다는 것. '입주폭탄' 우려가 이미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감정원은 "도심 접근성이나 학군 등의 이유로, 또는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있는 곳은 일시적 수급불균형으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물량 공급이 많은 경기도와 지방은 매물이 적체되며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최근 전셋값 흐름과 2018년 전망치/자료제공=건설산업연권·주택산업연구원


주택산업연구원도 "전세시장 역시 매매시장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강세(0.6%), 지방 약세(-0.5%) 현상을 보이겠지만 전국적으로 보합(0.00%)세를 형성하는 안정적인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산연은 다만, 입주물량 증가로 국지적으로 역전세난도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8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올해 전셋값 0.5% 하락을 예상한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경북·충남·경남 등지에서는 이미 역전세난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급과잉 지역의 역전세난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은 입주물량이 늘기는 했지만 3만4000여가구로 예년에 비해 많지 않고 대부분 재개발·재건축 단지라 신규 공급은 더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셋값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은진 팀장은 "서울의 경우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만큼 소폭이지만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며 "다만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이미 오를대로 오른만큼 서민들의 전세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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