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비판엔 마녀사냥 포퓰리즘 정책 아랑곳 없이 박수
오스트리아 출신인 동물행동학자 콘라드 로렌츠(1903~1989)의 연구업적 가운데 '각인이론(imprinting theory)'이 있다. 그는 1937년 인공부화시킨 기러기가 태어나서 처음 접한 자신을 엄마로 여기고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보았다. 오리·거위·까마귀 등도 동일한 행동을 보였다. 그는 조류들이 태어난 후 일정 시간 내에 접한 물체를 엄마로 인식하는 현상을 '각인(imprinting)'으로 명명했다.

각인이론이 잘 들어맞는 부분이 입맛이다. 흔람들은 흔히 '엄마 손맛'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서양의 맛있는 요리를 먹더라고도 결국에는 "엄마가 해준 게 김치찌개와 된장찌개가 제일인데"라는 반응을 보인다.

태어나서 처음 접한 음식 맛이 엄마가 해준 요리이고, 이게 가장 맛있다는 생각이 머리에 새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 패스트푸드를 즐긴 사람은 커서 아무리 고급 음식을 가져다줘도 패스트푸드를 찾는다. 외국에 나갔을 때 김치 된장 라면이 그렇게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머릿속에 그렇게 각인되어 있는 탓이다.

'각인이론'이 정치와 경제에 적용되는 사례가 있다. 예컨대, 생전 처음보는 물건이나 처음 접한 신선한 정치인을 보면 그 '각인효과'로 인해 무조건 추종하고 믿는 사람이 많다. 제품 품질과 가격은 따지지도 않으며, 정치인이 말한 정책의 옳고 그름과 비현실성을 꼼꼼이 생각하지도 않는다. 해당 제품을 비판하거나, 해당 정치인의 잘못을 지적하면 '각인이론에 푹 빠진 소위 팬덤(빠)'들이 떼로 몰려들어 항의하고 난리를 피우기 일쑤다.

   
▲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무원 증권, 연금 인상, 건강보험 확대 등 수많은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 문빠들은 박수를 보낸다. 그들은 '문빠'라는 지적에 대해 '문재인을 지지하는 문파(文派)라고 대답한다. /사진=청와대 제공

21세기 들어 대표적인 '제품 빠'를 양산한 게 아이폰이다. 휴대폰이 단순한 통신수단을 넘어서 손안의 장난감이자 컴퓨터가 되자 젊은이들부터 열광했다. 그후 아무리 애플이 고자세로 제품을 내놔도 '아이폰빠'들은 떠나지 않았다. 예컨대, 아이폰은 고장이 나도 소비자가 알아서 고쳐야 하고, 이어폰잭을 없애도 불평하지 않는다.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거나 화면에 잔상이 남아도 아이폰빠들은 참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단단히 사달이 났다.  애플 경영진이 아이폰 배터리의 노후화를 막으려고 기기 처리속도를 늦췄다가 글로벌 집단소송사태로 번진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가 얼마나 크게 번질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제품신뢰의 둑'이 무너지고, '아이폰 신화의 허상'이 드러난 이상 충격이 꽤 클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진짜 바보같은(?) 아이폰 빠는 남겠지만.

한국 정치에는 문재인빠가 참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워낙 불통과 독선의 이미지를 쌓아놓는 반대급부로, 문재인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거나 말을 해도 묻거나 따지지 않고 적극 옹호한다. 건전한 비판을 하는 정치인은 과거 일거수일투족까지 따져 매장시키고, 안희정 충남지사가 조금 쓴 소리를 했다고 SNS 폭격을 가하며,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은 일제히 기레기로 매도한다. '포퓰리즘 좌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데도 '뇌기능이 정지된 사람들'처럼 무조건 옹호한다.

아이폰빠나 문빠들은 확증편향의 좋은 사례다.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광신집단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집단을 외부와 격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다른 집단의 의견은 무시하면 자신들끼지 소통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고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다.

포퓰리즘과 비포퓰리즘의 차이는 간단하다. 포퓰리즘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마구 퍼주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고, 비포퓰리즘(정통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정책)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정책을 남발하는 것이다. 적자가 계속되는 가정, 적자가 계속되는 기업이 얼마 가지 않아 망하듯이 나라도 퍼주기로 일관하면 망한다. 유럽의 그리스, 남미의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으로 그런 사례를 보여줬다.

그런데도 문빠들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무원 증권, 연금 인상, 건강보험 확대 등 수많은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 문빠들은 박수를 보낸다. 그들은 '문빠'라는 지적에 대해 '문재인을 지지하는 문파(文派)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대한민국 문제파'로 보이는데 과연 그들은 인정할까. 아이폰처럼 거품이 확 터지고 나면 무어라고 변명할지, 무슨 말을 하며 자기합리화에 나설지 의문이다. 그들은 아마 자신들의 무지몽매함이 얼마나 대한민국을 어려움에 빠뜨리고 있는지 알지 못하겠지만. /김필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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