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헌법'은 달라…노동권이 헌법서 규정될 수 없어
반(反)시장 개헌 아닌 '경제적 자유' 지키는 개헌이어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원회에서 제안한 헌법 개정 초안이 ‘반(反)시장’ 이념을 담고 있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내용을 헌법에 대거 포함시켜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문위가 제시한 헌법 개정 초안에는 ‘기간·파견제 등 간접고용 사실상 금지’, ‘정리해고 금지’, ‘노동 경영 참여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재계와 경제단체는 개헌 초안이 현실화 되면 한국경제와 기업에는 끔찍한 재앙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 국회 본회의장 전경./사진=미디어펜


개정안은 근로기준법에 해당되는 “노동자를 고용할 때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기간의 정함이 없이 직접고용 하여야 한다”는 구절을 명시했다. 또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노동자의 사업운영에 참여할 권리’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119조 3항을 신설,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보장을 의무화 했다. 

이 같은 구절은 제119조 2항에 명시돼 있는 ‘경제민주화’에 힘을 실어주는 조항으로, 같은 조 1항의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내용과 배치된다.

자문위는 또 ‘국가는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기존 문구를 ‘규제와 조정을 하여야 한다’는 방식으로 바꿔 ‘정부개입’을 강화했다. 

이는 정부개입을 강조하고 시장의 기능을 축소시키는 전형적인 반(反)시장 조항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법’과 ‘헌법’은 달라…노동권이 헌법서 규정될 수 없어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의 근간이 되는 ‘헌법’에 일반 법률로 규정해야 할 조항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기간·파견제 사실상 금지, 원칙적 해고 금지 같은 조항은 ‘노동법’에서 논의될 내용이지 헌법에서 다룰 이야기가 아니”라며 “노동이라는 것은 '사회' 영역이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헌법에서 규정지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내용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자본을 출자해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라며 “스스로 무덤 파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또 “한국의 규율에 못 이겨 대다수의 기업이 외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개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은 헌법에 포함될 내용이 아니라는 점에 공감했다. 박 교수는 “이런 것을 헌법으로 규정하는 나라가 있을 것 같지 않다”며 “이대로 될 경우 기업에서 고용하는 인원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적 자유’ 지키는 개헌이어야

헌법 개정안이 ‘경제적 자유’를 대폭 줄이고 ‘좌편향 된 국가주의 개헌’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헌법 개정안은 ‘자유’를 빼고 ‘평등’을 강조하려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조항은 결국 기업의 ‘국유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 명예교수는 “기업인으로 하여금 재산권 등 이익을 챙길 자유가 보장돼야 하는데 해당 개정안은 이를 다 규제하려 하고 있다”며 “사실상 사유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재산권은 형식일 뿐, 개인의 이윤이 국유화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헌법의 존재 이유는 국가의 자의적 권력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가 권력을 제한하지 않는 사회는 헌법이 없는 사회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