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피해자 할머니 여덟분 靑 초대 "할머니들 의견 듣겠다"
   
▲ 재인 대통령은 4일 낮 청와대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여덟 분을 초청해 지난 한일 정부간 맺은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한 위로를 전했다./사진=청와대 제공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4일 낮 청와대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여덟 분을 초청해 지난 한일 정부간 맺은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한 위로를 전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배제한 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졌다는 외교부 TF 조사 결과에 대해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며 “향후 정부 입장을 정하는데 있어서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오찬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현관 입구에 서서 입장하시는 할머니들을 일일이 반갑게 맞이했고, 개별 이동으로 늦게 도착하신 한 할머니를 15분간 현관에서 선 채로 기다렸다가 함께 입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날 청와대는 아홉분의 할머니들을 모실 계획이었으나 김복동 할머니가 병환으로 병원에 입원 중이고, 문 대통령은 간담회 이전에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김 할머니를 병문안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과 함께한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새해에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고 기쁘다”며 “저희 어머니가 91세이신데 제가 대통령이 된 뒤로 잘 뵙지 못하고 있다. 오늘 할머니들을 뵈니 꼭 제 어머니를 뵙는 마음”이라고 인사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을 전체적으로 청와대에 모시는 게 꿈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한 자리에 모시게 되어 기쁘다. 국가가 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봐주시기 바란다”며 “과거 나라를 잃었을 때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했고, 할머니들께서도 모진 고통을 당하셨는데 해방으로 나라를 찾았으면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어 드리고, 한도 풀어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오히려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지난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지난 합의가 양국간의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 오늘 할머니들께서 편하게 여러 말씀을 주시면 정부 방침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간담회에 참석한 이용수 할머니는 “내 나이 90에 청와대 근처에도 못와봤는데 문 대통령께서 당선되고 벌써 두 번이나 청와대에 들어왔다. 2015년 12월28일 합의 이후 매일 체한 것처럼 답답하고, 한스러웠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이 합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혀주어 가슴이 후련하고 고마워서 그날 펑펑 울었다”고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사과, 법적 배상을 26년이나 외쳐왔고, 꼭 싸워서 해결하고 싶다. 대통령께 부담 드리는 것 같지만 이 문제는 해결해 주셔야 한다.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하는데, 소녀상이 무서우면 사죄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도 “우리가 모두 90세가 넘어 큰 희망은 없지만 해방 이후 73년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사죄를 하지 않는다. 어린 아이를 끌어다 총질, 칼질, 매질하고 죽게까지 해놓고, 지금 와서 하지 않았다 게 말이 되나.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사죄만 받게 해달라. 대통령과 정부를 믿는다”고 했다. 

또 다른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의 소원은 사죄를 받는 것이다. 사죄를 못 받을까봐 매일 매일이 걱정이다. 대통령께서 사죄를 받도록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청와대 오찬이 끝난 뒤 김정숙 여사는 할머니들께 일일이 목도리를 직접 매주었다. 아시아 빈곤여성들이 생산한 친환경 의류와 생활용품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해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국내 최초의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로 선정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대통령과 사진 찍는 것을 가장 하고 싶었다’는 할머니들의 요청에 따라 김정숙 여사와 함께 할머니 한 분 한 분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한편, 이날 청와대는 비서실에서 제공한 의전 차량으로 할머니들을 ‘나눔의 집’에서 청와대까지 모셨으며, 이동할 때에도 국빈 이동 시와 똑같이 경찰의 에스코트로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 또 경호처는 교통편의뿐만 아니라 차량 이동 시 건강상 불편사항에 대비해 엠블런스까지 배차했고, 오찬행사 후 나눔의 집으로 복귀할 때에도 같은 방법으로 모셨다.

이날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8분 외에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공동대표, 정의기억재단 지은희 이사장,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 남인순 국회여성가족위원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