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인사혁신처가 공무원 보수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시민단체 경력을 공무원 호봉에 반영하겠다고 밝혀, 일선 공무원과 공시생들 사이에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5·7·9급 시험을 통해 임용된 대부분의 기존 공무원 중 시민단체 경력자가 거의 없어 정작 이번 호봉 반영으로 혜택 입을 일선 공무원이 많지 않고 해당되는 소수만 환영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거 반정부 투쟁을 벌였던 운동권 시민단체 경력이 정부와 배치되는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의 호봉까지 인정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관건은 기업·연구소·전문직 등 다른 경력자와의 형평성이고 이번 보수규정 개정으로 실제 이득을 볼 공무원들은 따로 있다는 점이다.

인사혁신처가 밝힌 '호봉 인정' 대상 시민단체는 2017년 9월을 기준으로 1만3833곳에 달하며, 현직 공무원들도 이번 보수규정 개정으로 과거 시민단체 경력을 소급해 적용받는다.

임용 3년차인 중앙부처 사무관 A모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동기 중 대기업에서 과장하다가 온 분들도 있는데 경력 인정 안됐다고 들었다. 호봉 요건이 까다로워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인정 안됐는데 정말 너무한 것 같다"며 "형평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근무해온 지자체 주무관 K모씨는 "국가직(중앙정부) 공무원들 중 개방직에만 해당되는 얘기일 것"이라며 "인사혁신처의 이번 호봉 인정 조치를 지자체가 반영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운동권 시민단체 경력자 공무원은 일선 현장에 거의 없다"고 밝혔다.

또한 K씨는 "시민단체까지 호봉 폭이 넓어진 건 공무원집단으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인사혁신처가 '사회적가치 실현 인정'을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뻔하게 좋은 말로 포장한 것"이라며 "이런 혁신적인 제안을 해 시행에 옮기게 된 공무원 당사자와 담당 실무자는 진급할 성과를 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무총리 직속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보수규정과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5일부터 8일까지 입법 예고한 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달 중 시행할 방침이라고 4일 밝혔다./사진=국무총리실 제공

인사혁신처는 보직과 직무연관성이 없는 시민단체 경력이라도 심사를 거쳐 적게는 70%부터 100%에 이르기까지 호봉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은 4일 논평을 내고 "시민단체 경력까지 호봉에 반영하는 것은 현 정권 청와대와 내각에 시민단체 출신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헌법이 추구하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호봉제가 아닌 연봉제 적용을 받는 장차관이나 청와대 비서관 등 정무직 공무원은 수혜 대상이 아니라면서, 장관이 발탁한 정책보좌관이나 청와대 행정관 등 일부만이 직접적인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보았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이번 보수규정 개정에 대해 "갑자기 나온 건 아니라고 본다"며 "문재인 정부가 진보진영 시민단체의 힘을 많이 받아 정권을 바꾼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이런 시민단체 출신자들을 많이 임용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고 평가했다.

특히 박 실장은 "시민단체 출신 공무원들 중 과거 반정부 투쟁을 벌였을 경우 관련 경력이 정부와 배치되는 입장인데 그것까지 호봉을 인정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위원회 성격으로 꾸리는 정부부처 사무국 등에 시민단체 경력자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고 보은인사에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얹혀주는 의도도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형평성에 대해서도 박 실장은 "공시생 등 시험이라는 힘든 과정을 겪고 공무원된 사람들에게 허탈감을 줄 것"이라며 "개방직 공무원의 경우 시민단체를 비롯해 전문직이나 기업체 근무 경력도 있을텐데 시민단체만 호봉으로 인정할 경우 다른 경력자가 오히려 역차별 받는 형평성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보수규정과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5일부터 8일까지 입법 예고한 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달 중 시행할 방침이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