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18시즌 프로야구에서 예상되는 장면들. 니퍼트가 kt 유니폼을 입고 잠실구장에서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공을 던진다. 린드블럼이 두산 유니폼을 입고 사직구장에서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 공을 던진다. 니퍼트와 린드블럼이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kt전에서 선발 맞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니퍼트의 투구 동작을 두산 벤치에서 문제 삼자 김진욱 kt 감독이 나와 맞대응한다.

지난해까지는 볼 수 없었던 이런 장면들이 이번 시즌에서는 가능해졌다. 오프시즌 동안 선수 이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7년 동안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최고 외국인투수 소리를 들었던 니퍼트가 5일 kt 위즈에 입단했다. kt는 하루 전인 4일 니퍼트와 연봉 100만달러에 계약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메디컬 테스트를 거쳐 이날 공식적으로 계약을 했다. 두산의 에이스였던 니퍼트가 이제 kt 유니폼을 입고 이번 시즌을 맞게 된 것이다.

   
▲ 사진=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지난해 12월 11일에는 린드블럼이 두산과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3시즌 동안 롯데에서 뛰었던 린드블럼은 145만달러에 계약을 하고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선수들의 이적이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니퍼트와 린드블럼의 경우는 특별한 면이 있었다.

니퍼트는 무려 7년간 두산에 몸담으며 94승이나 올렸다. 외국인 투수 역대 최다승 기록을 보유했고 올해 100승에 도전한다. 물론 니퍼트는 두산에 계속 남고 싶어 했다. 그러나 올해 만 37세가 된 니퍼트의 나이, 지난해 뚜렷하게 드러났던 구위 저하, 높은 몸값(2017년 연봉 210만달러) 등으로 두산은 니퍼트와 재계약을 외면했다.

니퍼트는 두산과 결별한 후 국내에서 새 팀을 찾았는데 쉽지 않았다. 두산이 재계약을 꺼린 이유는 다른 팀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부담이었다. 결국 kt가 절반 이하로 깎인 연봉에 니퍼트를 영입했다.

린드블럼은 롯데에서 성실한 모습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며 '린동원(린드블럼+최동원)'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하지만 3년간 생활하며 익숙했던 롯데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준 두산으로 이적했다. 

니퍼트와 린드블럼은 이제는 전 소속팀이 된 두산, 롯데에 서운한 마음이 크다. 니퍼트는 외국인 투수 사상 첫 100승이라는 기념비적인 업적을 두산 유니폼을 입고 달성하고 싶어 했다. 린드블럼은 자신에 대해 열렬한 응원을 보내준 롯데 팬들과 헤어지기 싫어 했다.

하지만 계약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둘은 팀을 옮겼다. 그 과정에서 니퍼트는 kt 김진욱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을 받아줄 것을 요청했다. 김진욱 감독은 2012~2013시즌 두산 사령탑으로 니퍼트와 함께 한 인연이 있다. 더군다나 김 감독은 2013년 두산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끌고도 우승을 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질된 바 있다. 두산에서 내처진 공통분모가 있는 김 감독이 니퍼트의 손을 잡아준 부분은 주목받을 만하다.

린드블럼은 원하는 대우를 해주지 않는 롯데와 계약이 결렬되면서 파열음을 냈다. 두산과 계약 발표를 하기 직전 그는 "롯데 구단이 거짓된 사실로 언론 플레이를 했다"며 롯데 구단을 비난하는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헤어지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린드블럼과 롯데다.

이런 스토리가 있기에 니퍼트와 린드블럼이 올 시즌 친정팀을 상대편으로 만났을 때가 기대되고 궁금해지는 것이다.    

한편, 한화에서 뛰었던 에스밀 로저스도 넥센 히어로즈와 계약했다. 로저스는 2016시즌 도중 부상으로 6경기만 출전하고 한화를 떠났다.  2017시즌엔 국내에 없었고 한화가 그를 다시 영입할 뜻이 없었기에 니퍼트나 린드블럼과는 경우가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로저스가 넥센 유니폼을 입고 한화전 마운드에 오르는 것 역시 새로운 볼거리임이 분명하다.

외국인투수들의 유니폼 바꿔입기로 풍성한 얘깃거리가 많이 등장할 2018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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