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w Must Go On...그래도 경제는 돌아가야 서민경제 살려

   
▲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세월호 참사로 생때같은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원통함을 어찌 감히 이해할 수 있을까. 참사가 없었다면 그 어린 고등학생들은 나중에 장성하여 혹자는 기업가로, 혹자는 예술가로, 혹자는 과학자로 성장하여 나라를 빛낼 인재가 되었을 터인데….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3주가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수습하지 못한 시신이 많으니 더욱 안타깝고 애달프다.

세월호는 열악하기 짝이 없는 우리나라 제도 경쟁력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 숱한 규제법령에 그 많은 규제 공무원과 규제집행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여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일거에 무너뜨린 사건이다. 세월호와 함께 국민의 자존감도 침몰했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국가 시스템 까지 재편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는 그래서 당연해 보인다. 
 

세월호 참사의 강력한 여파는 실물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온 국민이 애도의 뜻에 동참하며 여행, 쇼핑, 행사를 자제하니 민간소비지출이 얼어붙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경제는 내수부진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저성장 기조의 극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또 수출부문과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내수 활성화는 시급한 과제였다. 그런데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킨 세월호 참사는 업친데 덥친격이 된 셈이다. 급기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의 내수 위축을 감안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예상보다 0.1~0.2%포인트 가량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하였다.
 

수출과 달리 국내 소비위축은 소상인, 자영업자의 민생경제의 피해로 직결된다. 세월호와 서민경제에서처럼 관련성이 없어 뵈는 두 개의 변수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 이것이 경제이다. 모든 것이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어떤 이유로든 각자가 저마다의 역할을 하지 않으면 경제에 문제가 생기고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아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참으로 엉터리 같은 사건에 한편으로는 분노가 치밀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고통에 가슴이 찢어져도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서민경제를 살리고 모두를 이롭게 하는 일일 것이다. 

   
▲ 세월호 참사로 내수가 잔뜩 얼어붙고 있다. 내수가 위축되면 거시적으론 성장률이 둔화되고, 실물현장에선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삶이 힘들어진다. 세월호 비극을 거울삼아 재난의 재발방지를 위한 국민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지나친 경제활동 자제나 행사취소 등 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은 돌아가야 한다. 박근혜대통령이 긴급민생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국무위원들에게 내수진작 활성화대책을 당부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은 하되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전례를 보면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 분기등천(憤氣騰天)하다가도 잇따르는 또 다른 사건에 관심을 빼앗겨 앞의 사건을 잊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혹자는 이를 두고 역동적인 한국(Dynamic Korea)의 진면목이라며 냉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과거를 잊어서는 같은 유형의 사건 재발을 막을 수 없다. 
 

이와 관련 필자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뜻밖의 행사를 목도한 적이 있다. 학생회관 한복판에서 일단의 학생들이 촛불을 켜고 사람들 이름을 큰 소리로 하나씩하나씩 부르고 있었다. 며칠을 그리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제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독일 나치에 의해 학살당했던 유대인들의 이름이었다. 이는 세대가 바뀌어도 과거의 비극을 결코 잊지 않음으로써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출 현장이었다. 우리도 매년 4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자의 이름들을 큰 소리로 부르며, 과거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