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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진의 런던EYE]문재인 정부, 개헌 국민투표 서둘러선 안 된다
충분한 준비와 완숙한 토론 없이 섣불리 시행땐 되레 민주주의 정치에 '독'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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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01-13 08: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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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진 영국 UCL 정치학 석사과정
영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아닐까 싶다. 영국과 유럽연합 측이 진행 중인 브렉시트의 모든 협상 과정은 물론, 총리와 각 정당 대표, 주요 정치인, 그리고 경제계의 의견에 이르기까지, 언론은 늘 브렉시트와 관련한 내용을 제1면으로 시시각각 전하고 있다. 이제는 그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복잡해서 쫓아가기 벅찰 정도다. 하지만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 국민들의 의견은 여전히 강한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2016년 6월 브렉시트와 관련한 국민투표를 실시해 이른바 '탈퇴'표가 51.9%를 기록, 결국 영국 정부는 유럽연합 탈퇴를 본격화했지만 여전히 브렉시트에 대한 찬반 논란은 과열 상태다. 그래서 영국 정가에서는 늘 '제2차 브렉시트 투표'의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

당연히 '잔류'를 지지했던 이들은 재투표를 통해서 결과를 뒤집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편 '탈퇴파'도 완강하게 거부하는 눈치는 아니다. 강력한 브렉시트 찬성론자인 나이절 패라지 전 영국독립당(UKIP) 대표의 재투표 제안이 대표적인 예다. 재투표를 통해 1차 투표를 둘러싼 논쟁을 완전히 매듭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과연 제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현실화 될까? 그 가능성과는 별개로 일단 '쉽지 않다'는 시각만큼은 일반적인 것 같다. 그 이유는 지난 1차 투표가 영국 사회에 남긴 꽤나 큰 후유증 때문이다. 국민에게 직접 의사를 물어 결정을 내린다는 지극히 '민주적인' 방식인 국민투표의 과정에서 영국의 여론은 두 쪽으로 쪼개지고, 온갖 가짜 뉴스와 왜곡, 선전 선동이 만연했으며, 서로에 대한 거칠고 날카로운 정치적 공세가 횡행했다. 결코 유쾌한 추억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이미 투표를 거쳐 결정이 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는 점은 결국 국민투표의 효과성에 대한 의문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제2차 국민투표를 거친다면 모두가 그 결과에 동의할까? 제3차에 이어 제4차 국민투표까지 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모두가 쉽게 답하지 못하는 비판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도 신년사를 통해 다시 한 번 개헌 드라이브를 걸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반드시 치러야 된다는 강한 제안이다. 국회가 개헌안 합의에 다다르지 못할 경우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일견 국민투표는 '직접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매우 민주적이고 공정한 의사결정 구조로 보일 수 있다. 정치인들에게 그 결정을 맡기지 않고, 직접 유권자가 자신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기에 민주적 정당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며,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국민투표에 그 결정을 맡기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브렉시트 투표 사례만 보더라도, 결코 국민투표가 간단치만은 않은 문제임과 동시에, 충분한 준비와 정치권의 완숙한 토론이 없이 섣불리 시행될 경우 오히려 민주주의 정치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수많은 포퓰리스트들에 의해 국민투표가 남용됐다는 점, 그 결과 그 나라들의 민주주의 정치가 퇴보했고 권위주의 정치 체제로 역행하는 데 있어 국민투표가 매우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점을 우리는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오늘날 베네수엘라의 파산 위기, 극심한 빈곤과 식량난의 원인 제공자인 차베스 전 대통령 역시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 정적을 물리치기 위한 수단으로 국민투표를 선택하곤 했다. 국회, 사법부, 언론을 무력화시키고, 자신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뛰어넘기 위한 권력적 수단으로 국민투표가 악용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도 신년사를 통해 다시 한 번 개헌 드라이브를 걸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반드시 치러야 된다는 강한 제안이다. 국회가 개헌안 합의에 다다르지 못할 경우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제안하겠다는 의지마저 보였다.

하지만 과연 우리 사회가 개헌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논의, 토론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절대 다수의 국민들에게는 사실 개헌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주제이며 동시에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개헌안을 직접 마련해서 국회에서 표결을 통해 통과시켜야 할 국회의원들과 소속 정당들마저도 개헌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이 졸속으로 개헌안을 마련해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이 사회에 '개헌 폭탄'을 던졌을 때 우리가 마주해야 할 혼란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개헌은 반드시 국민투표를 거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만 한다. 헌법 개정의 최종 가부를 국민들에게 묻는 현행 개헌 제도 자체는 정당하고 합당하다. 다만, 정치권이 스스로 풀어내지 못한 문제를 국민들에게 직접 물어서 해결하겠다며 시도된 제1차 브렉시트 투표는, 결코 국민투표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다.

또한 여러 지도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헌을 악용했고, 국민투표를 통해 대의 민주주의 제도를 무력화시키곤 했었다는 사실 역시 우리가 개헌 국민투표에 대해 매우 신중해야 된다는 점을 일러주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 모 언론을 통해 밝혀진 이른바 '사회주의 개헌안'의 그 충격적인 내용까지 더해진다면, 오늘날 한국사회의 개헌 논의는 우려스럽기만 하다. 결코 서두를 필요 없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정치 질서의 근간이자,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그런 헌법 개정이 졸속으로 진행 된다면, 개헌을 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윤주진 영국 UCL 정치학 석사과정
[윤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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