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ㆍ국정원 대공수사권도 경찰에 이관해 안보수사처 신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청와대가 14일 고 박종철 열사의 기일에 맞춰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배제하고 안보수사처 신설을 골자로 하는 권력기관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공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신설로 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서로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성이다. 공수처는 검사‧판사의 범죄를 수사할 수 있고, 공수처 검사‧수사관의 범죄는 검찰은 물론 경찰도 수사할 수 있다.  

경찰에 1차 수사권이 있으며, 검찰이 처음부터 개입하는 수사지휘권은 박탈된다. 다만 검찰은 기소권 행사를 위해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에 대해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또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면서 안보수사처가 신설된다. 경찰은 자치경찰제 수사경찰과 행정경찰로 분리된다. 

청와대가 이날 밝힌 권력기관 개편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실행이 가능하다. 공수처 설치법은 물론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률과 국정원법 개정법 모두 국회가 법 제‧개정에 나서야 하는 사안이다.  

국회 법률이 통과되고 경찰에 1차 수사권이 넘어가면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없어지는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현행 영장청구권을 누가 갖는지 문제 등은 개헌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영장청구권은 개헌 사항이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영역도 아니다”라며 “수사지휘 문제는 예민한 문제이므로 검경은 물론 행안부와 법무부가 절차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개혁안에서는 경찰이 1차 수사를 완결하고 기소 여부 의견을 첨부해 검찰로 넘기면 검찰이 보완 수사 여부만 경찰에 요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양 기관이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나 기소까지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설되는 안보수사처의 경우 그동안 검찰‧경찰‧국정원 3개 기관이 해오던 대공‧안보 수사를 한데 모아 경찰청이 담당하겠다는 것으로 조직이 비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강력한 힘을 지닌 또 다른 정보기관이 출연하게 된 것으로 특히 대공수사권을 남용한 인권침해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자치경찰제 도입을 전제로 국가경찰 산하에 신설되는 안보수사국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이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안보수사청 신설, 법무부 ·총리실 산하에 안보수사를 설치하는 방안 등이 고려됐지만 결국 경찰에게 넘어갔다.

조직 구성 및 인원, 직군 등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가 기밀을 포함한 타 기관의 수집된 정보와 수사권이 이첩되는 것인 만큼 공백 상황이 벌어질 우려도 있다. 

경찰청 및 전국 지방경찰청의 보안국을 확대하고 전문 수사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으로 갈 경우 경찰의 권한만 비대해지고 안보수사처는 조력자 역할에 그칠 우려도 제기된다.  

청와대의 이날 발표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국정원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등을 구고히에 제출해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당은 그동안 대공수사권 이관을 담은 국정원법 개정안은 사실상 국정원을 무력화하는 것이고, 공수처 신설은 또 다른 권력기간을 하나 더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에서 논의 자체를 거부해왔다. 

바른정당도 이날 “개혁을 가장해 수사기관을 장악하려는 문재인표 둔갑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당과 똑같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을 특히 비판하며 “말이 이관이지 실제는 의도된 기능 저하다. 그런 개혁은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큰 틀에는 동의하지만, 세부 각론에서 여당과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게다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에 따라 앞으로 강경 반발 모드로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무‧검찰 개혁은 역대 정권마다 핵심 과제로 추진됐다. 지난 정부에서 ‘상설특검·특별감찰관제’가 도입되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됐으며, 대신 반부패부가 신설됐다. ‘검경 개혁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고,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형사소송절차(구속제도 개선·공판중심주의) 및 법원 개혁을 주도했다.

또 검찰‧경찰의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도 지난 정권마다 논의됐으나 번번이 검찰 등 반발에 무산됐다. 따라서 이번에도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편 문제에서 큰 그림만 그린 채 국회에 공을 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야당과 계속해서 대립각을 유지해온 청와대가 협치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동시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 청와대와 여당의 주장에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행정부는 행정부의 몫을 하고 국회는 국회의 몫을 한다”는 말로 자신감을 보였다. 또 “공수처 설치는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여망이라는 것이 여론조사로 확인됐다”며 “앞으로 여야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절충안을 찾기 위해 타협해 나간다면 좋은 합의안이 나올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권이 똘똘 뭉쳐 반대할 경우 권력기관 개혁안은 한 걸음도 못 나가겠지만 현재 민주당 지지율 50%와 국정 지지율 70%, 공수처 지지율이 80%라는 국민여론을 동력으로 삼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최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제시한 문 대통령이 3대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제시해 대통령의 공약 지키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출함으로써 오히려 지방선거까지 정권 주도권을 잡을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맡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1987년 1월14일 사망한 박종철 당시 서울대학생이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가 숨진 사실을 언급, “민주화 시대가 열린 이후에도 권력기관은 각 기관 조직의 이익과 권력 편의에 따라 국민의 반대편에 서왔다”고 말해 국민 공감대 형성에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