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 김하늘 경제부 기자
가상화폐가 노동의 가치를 희석시키고 있다는 말이 언론을 통해 종종 들려온다. 단 몇 시간만에 연봉만큼, 혹은 연봉 이상을 벌어들이는 가상화폐를 보고 있자면 노동에 대한 회의감이 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노동의 가치가 이미 땅에 떨어졌기 때문에 가상화폐에 뛰어드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지난해 11월 이용자 41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투자자 가운데 2030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육박했다.

이들은 이른바 N포세대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에서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해 온 세대다. 최근엔 일자리까지 곤두박질 치며 ‘노동’까지 포기돼 왔다.

뿐만 아니라 노동의 가치는 이미 빛을 잃었다.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해서 인정받는 시대, 노동의 가치가 빛을 발하던 때는 지났다는 패배감도 만연하다. 

보이지 않는 계층을 이동하는 힘 역시 노동이 아닌 자본이라는 자조가 이미 팽배하다. 

가상화폐는 경제학자들이 비유하는 거품도, 금도, 튤립도 아니다. 갚아도 메워지지 않는 학자금과 모아도 가질 수 없는 내집에 대한 지긋지긋한 불안감과 희망사이의 고리다. 

그런 그들에게 정부는 규제의 칼날부터 꺼내들었다. 투기판이라 명명해 놓은 곳에 자신들은 이미 발을 담궈 놓은 채로. 뒤늦은 투자자인 정부가 꺼내든 규제는 더이상 규제가 아닌 불법이 돼버린 것이 아닐까. 

   
▲ 사진=연합뉴스

불안과 패배감은 잠시 잠깐 누그러뜨릴 수 있어도 희망을 덮는 것은 할 수 없다.

가상화폐 규제 청원이 19만명에 다다르는 것은 이를 반증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표리부동함에 금융소비자들이 반기를 든 셈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부는 각종 규제 정책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일주일을 흔들어놨다. 입장 번복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시세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화폐의 전망과 발전 단계를 보고 투자하던 투자자들도 우후죽순처럼 번진 패닉셀로 극심한 피해를 겪었다. 정부가 그토록 걱정하는 시장 불안이 정부에 의해 초래된 것이다.

현재의 금융소비자들은 투자를 통해 손해를 보더라도 국민 스스로에게 맡겨달라 소리친다. 시장주의를 지켜달라 청원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가상화폐가 미래의 화폐상"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규정되지 않은 미래 경제를 일방적으로 규제하기보단 투자자들을 양지로 이끌어내 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억지로 가두려하지 않고 흘려보낼 때, 물은 더 맑게 흐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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