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물 유출 고발 사건,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이 주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국가기록관리 혁신 태스크포스(국가기록 TF)는 15일 "이명박-박근혜 전 정부 당시 국가기록원에 기록관리 전문가들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가기록원에 수사의뢰를 권고했다.

이상민 한국기록전문가협회장 등 민간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 TF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정부에서 발생한 기록관리 폐단 11개 사안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지만 "그 실재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가기록 TF는 이날 당시 국가기록원장이 '문제위원 8개위원회 20명을 단계적으로 교체 추진하겠다'고 작성한 장관보고문서(2015년 3월26일자)를 공개하면서 "의혹의 일단을 확인했지만 권한의 한계로 명단의 실재 여부까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TF는 "이러한 (블랙리스트)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본다"며 배제 인사들에게 어떤 제약이 가해졌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이 정도의 문제를 제기하는 선"이라며 말을 아꼈다.

또한 블랙리스트 명단 20명의 신원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TF는 "면담에 응한 관계자 23명에 대해 진술을 받았지만 강제조사 권한이 없어서 더 깊이 조사할 수 없었다"며 "8개위원회 20명에 누가 들어있는지 짐작만 하고 있고 확증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TF는 장관보고문서 상의 '문제위원' 언급과 관련해 문제위원의 정확한 뜻과 전정부에서의 위원 교체 내역을 묻자 "당시 각각의 위원회 명단을 확보했지만 불확실하거나 전부 제출받지 못해 명단 각 위원이 언제 어떤 사유로 교체됐는지 조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상민 협회장(TF 제3분과)은 이날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국가기록과 관련해 대학강연을 하면서 학술연구자로 활동해왔지만 당시를 기점으로 갑자기 강의가 취소됐고 인사 등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 이상민 한국기록전문가협회장(좌측) 등 민간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 TF는 15일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사진=미디어펜

당시 국가기록원장이었던 박동훈 전 원장은 TF의 의혹 제기에 대해 입장자료를 내고 "8개 위원회 20명에 대해서 구체적인 위원회 명칭이나 위원 명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블랙리스트 존재를 부인했다.

박 전 원장은 "TF 발표내용과 장관보고문서 입수경위에 대해 명예훼손과 무고 등 법률 위반여부를 검토해 법적 대응하겠다"며 "각종 민간위탁사업에서 문제위원이나 업체 배제를 추진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번 TF 참여위원 본인이나 관련 인사가 대거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안병우 TF 위원장(한신대 명예교수)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전 원장은 2015년 당시 현안보고에 기록전문요원 시험위원이나 각종 민간 위탁사업 시 발주업체에 대해 문제위원이나 업체는 배제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며 "문제있는 준비위원 3명은 이미 교체 조치했다고도 보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안 위원장은 같은 해 10월22일자 장관 현안보고 문서를 근거로 "동아시아기록협의회(EASTICA) 총회 시 신임 사무총장으로 문제인사인 '이상민' 선출 시도 있었으나 한중일 국가기록원장 회의를 통해 저지"했다고 적었다고 공개했다.

한편 TF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기록물 유출' 고발 사건을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기획관리비서관실이 주도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2008년 7월19일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이 국가기록원장에게 고발장 초안과 '대통령기록물 무단반출 관련 증거물'이란 135쪽 분량의 고발용 증거자료를 제공한 사실이 TF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TF는 이에 대해 "조사과정에서 사본을 확보해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가기록원이 행안부와 협력해 '기록사건 진실위원회'를 구성한 후 대통령기록물 유출 논란 등 일련의 의혹들에 대해 진상규명을 완료해달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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