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권성문 회장과 이병철 부회장의 경영권 갈등 이후 KTB투자증권이 이른바 ‘이병철 체제’로 거듭난게 됐다. 이병철 부회장은 벤처투자와 부동산 분야에 진출하는 등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회사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동안 업계 화제의 중심이 됐던 KTB투자증권의 경영진 갈등이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올해 초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은 기존 최대주주인 권성문 회장의 요구 사항을 일부 수용하는 조건으로 권 회장의 지분 전량을 매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는 단순히 지분율 조정의 의미를 넘어 긴 경영권 분쟁의 종언을 뜻하는 것이었다.

   
▲ 사진=KTB투자증권


현재 이 부회장의 지분율 32.76%, 보유주식 수는 2312만 8956주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측면에서 확실한 대주주의 지위를 점한 만큼 KTB투자증권의 경영상황을 안정화 해주길 바라는 게 업계 안팎의 기대다. 경영권 분쟁 정리 이후 KTB투자증권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이번 경영권 갈등이 얼마나 큰 악재였는지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마침 새해인 만큼 이병철 부회장은 기존 KTB의 강점에 덧붙여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일단 KTB투자증권은 원래 장점인 벤처캐피털(VC) 부문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권성문 회장은 과거 벤처투자의 ‘귀재’로 불리던 인물로 KTB투자증권은 작년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VC 분야에서 크라우드펀딩 실적이 증가하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작년 KTB투자증권이 달성한 크라우드펀딩은 총 5건으로 8억 4429만원의 실적을 다졌다.

이병철 부회장은 이 강점을 살리면서 사모펀드(PEF) 부문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선 기관투자자 등의 신뢰를 회복하고 코넥스 지정자문인, 중소·벤처기업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자문 등 기업금융부문 지원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 부문에도 지원을 강화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중시하는 현 정부의 기조에도 호응한다는 전략이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앞으로 중기특화증권사로서의 면모를 강조할 것”이라면서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 전후로 새로운 경영전략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울러 이병철 부회장의 ‘전공’이라 할 수 있는 부동산 분야에도 심혈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이병철 부회장은 원래 다올신탁 사장과 하나금융지주 부동산 그룹장 등을 거친 ‘부동산 투자전문가’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주도 하에 구성되는 새로운 경영전략에는 당연히 부동산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B투자증권 안팎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병철 부회장은 향후 부동산은 물론 항공 분야나 신재생에너지 등의 투자에 집중하면서 전략을 다변화 하는 카드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국내 경기가 어렵다는 상황을 감안해 해외 부동산 시장까지 지평을 넓힐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도 부동산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추세”라면서 “부동산은 이병철 부회장의 ‘전공’이기도 한 만큼 향후 KTB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포함해서 메자닌(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매매), 하이브리드 상품 등에 천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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