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가치 침윤 불신과 갈등 혼란증폭, 포털은 욕설 저주 유언비어 난무

   
▲ 조우석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
행인가 불행인가? 지난 주말 전국에서 세월호 관련 집회가 동시다발로 열렸지만, 예상보다 작은 규모에 그쳤다. 서울에서는 서울진보연대 등이 주축이 된 ‘세월호 참사 시민 촛불 원탁회의’가 전면에 나서 "대통령 퇴진" "내각 총사퇴" 구호를 외쳤다. 10만명 동원을 호언했으나 막상 시위참가자는 1000명 내외에 불과했다. 이와 별도로 마스크를 쓴 대학생 침묵시위, 아줌마 유모차 부대까지 깜짝 등장했지만, 이렇다 할 파괴력은 없었다. 주말집회 참가 인원은 안산 지역까지 합쳐 1만 명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제2의 광우병을 원하는 좌파세력의 기획이 충분한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선동과 음모론이 여전한 가운데 이 정도면 선방한 셈이지만, 촛불은 끝난 게 아니다. 17일 토요일과, 광주 5․18과 겹치는 일요일로 이어지는 황금의 시위 타이밍이 기다리고 있고, 그 다음 주는 공교롭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일(23일)이다. 민노총, 통진당과 정의당, 민변 등 시위 단골세력들은 촛불의 심지를 더 키워 6․4 지방선거 때까지 밀어붙일 것이 분명하다.

17일, 광주 5.18 등 내주 황금의 시위 타이밍과 노무현 추모일 우려된다

정부는 이번 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또 한 번의 사과로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겠지만, 원하는대로 당장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담화와 사과에는 재난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새 그림이 담길 것이라고 보도됐지만, 그걸론 부족하다. 정부 쪽에 정치적 돌파의 에너지가 부족하고, 내 몸 하나 던져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뚝심있는 스텝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안타깝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한 지 1년 3개월에 불과한데 이렇게 뜻하지 않은 대목에서 크게 꼬일 줄은 미처 몰랐다. 정말 몰랐던 것은 지금 정부의 밑천이 새삼 드러난 점이다.
 

사실 현 정부를 흔들려는 세력은 원하는 것을 절반 이상을 얻었다. 대통령 지지도를 71%에서 48%로 끌어내려 국정장악력을 현저하게 약화시키는데 일단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6.4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여유있는 승리가 예상되며, 직후 저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에 빠져들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유감천만이지만 만일 그렇게 된다면, 월드컵 축구(6월 13일~7월 14일)에 이은 여름휴가 시즌이 끝난 뒤엔 때 이른 박근혜 정부는 때 이른 파장(罷場) 분위기가 완연해질 것이다.
 

안타까운 건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대통령의 구호는 사라지고, 떼법으로 법을 누르고, 비상식으로 상식을 누르는 세력이 기승을 부릴 게 불 보듯 뻔하다. 대한민국호(號)의 경쟁력은 다시 한 번 휘청거릴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 달 내내 신문 방송 포털이 총동원돼 슬픔과 분노를 상품화하며 엉뚱한 내출혈을 거듭했으니 한국경제의 양대 축인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위기에 봉착했다는 신호가 이미 찾아온 건 어찌 보면 자업자득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따로 있다. 이념 면에서 기회주의적이었던 MB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마저 남은 4년을 허송세월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두렵다.

   
▲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겸 앵커는 세월호 장사로 시청률을 높였지만, 사기꾼 이종인의 다이빙벨 투입을 요청하는 등 무책임한 보도로 신뢰를 저버렸다. 천하의 사기극으로 끝난 다이빙벨 오보와 과장보도에 대해 사과한번 안하고 있다.

재난시스템 정비나 개각보다 더 급한 언론 정상화 문제

그걸 막기 위해 박근혜 정부와 책임있는 사회주류는 지금 당장 무얼 해야 할까? 그건 이미 예고된대로 재난시스템 정비나 개각 등 고식적인 작업에 그쳐서는 안된다. 반복하지만 시급한 건 언론 정상화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사회적 지혜를 모으는 작업이다. 명백한 재난 사고를 치명적인 정치 위기로 만든 건 신문-방송-포털 등 미디어라는 게 새삼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고의 일차 책임은 해운사 측에 있는데, 대통령에게 막바로 적의(敵意)를 드러내는 엉터리 뉴스, 선동 뉴스로 도배한 미디어의 맹목성을 지켜본 이들은 지금 고개를 절래절래 내젓고 있는 중이다.

분명한 건 한국 언론은 공론장(公論場) 역할을 해내기는커녕 불신과 갈등 그리고 사회혼란을 증폭시켰다. 언론 생태계 전체가 문제있지만, TV 뉴스부터 비정상적이다. 뉴스 배정과 편집 자체가 문제이지만, 뉴스 진행자들의 표정과 화면 구성도 어이없다. 공영방송 KBS가 "박근혜가 책임져라"는 식의 피켓 문구를 클로즈업시킨 화면을 반복해서 비춰주고, 사고 한 달이 다 되는 지난 주말에도 그들은 검은 넥타이에 검은 양복 등 '상복(喪服)진행'을 서슴치 않는 '안방 폭력'은 또 뭔가?
 

이들은 얼굴 표정도 하나같이 적대적이고, 싸늘하다. 촛불 시위를 생중계하다시피했던 6년 전 TV와 구조는 같은 셈이다. 뉴스 진행자나 기자들은 어리석게도 그런 걸 공정보도이자, 언론 비판 기능이라고 굳게 믿을 지도 모른다. 나름 공분(公憤)의 표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게 정치투쟁 장단에 놀아나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걸 그들은 잘 모른다. 한심한 건 이런 좌편향 언론에 무대책인 정부 쪽이다. 청와대는 자기의 손과 발을 묶는 바보짓도 서슴지 않는다.

KBS 김시곤 보도국장의 사임이 왜 지난 주 최악의 뉴스인가

때문에 KBS 김시곤 보도국장의 사임은 지난 주 최악의 뉴스로 꼽아야 한다. 유가족 농성과 항의에 밀려 공영방송의 보도국장을 내치도록 유도한 청와대의 결정은 저들이 황망하고 집단적 패닉상태에 사로잡혀 있으며, 잘못된 결정을 반복하고 있는지를 새삼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무늬만 공영방송인 KBS가 앞으로 더욱 더 노조의 입김 아래 파행 운영되도록 조장한 셈이다. 상식이지만 김시곤 보도국장의 발언은 있을 수 있는 발언이자, 매우 상식적 판단이었다.
 

문제는 일부 군소언론이 그걸 "발언 논란" 식으로 꼬투리를 잡아 비판하는 기사를 써대고 대형 포털은 그걸 받아 메인 화면에 띄워 이슈화하는 구조에 있었을 뿐이다. 그러면 곧바로 네티즌들의 인민재판 댓글이 춤을 춘다. 김시곤 국장에게 죄가 있다면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원 후배 기자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다는 게 전부다.
 

그 구조를 알면서도 유가족의 농성을 풀려는데 급급한 청와대는 중요한 우군(友軍)의 병력 한 명을 적에게 내주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래서 김시곤 국장을 잘라내도록 KBS와 협의했을 것인데, 야당은 그걸 보도 통제라며 다시 한 번 아우성을 친다. 이 와중에 다이빙벨 장사꾼으로 드러난 이종인이라는 자와 함께 선동 방송을 거듭했던 JTBC의 앵커 손석희는 사과 한 마디도 없이 버티고 있고, 시청률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 TV와 종편 포털등이 세월호참사를 이용해 좌파적 가치를 침윤시키고, 박근혜정부의 조기 레임덕을 부채질하고 있다. 포털에선 박근혜정부를 저주하고 욕설을 퍼붓는 유언비어 공간이 되고 있다. 김시곤 KBS보도국장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항의를 받고 사퇴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 일부 군소좌파매체들의 악의적 공격에 대해 언론들이 이를 덫칠하면서 희생됐기 때문이다.

최악의 언론 환경을 놓아둔 채 국정운영을 한다고?

세상에 이런 불균형이 없다. 유감천만이지만 이런 사회에서 중심을 잡아줄 종이신문은 언론 생태계에서 이미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사회여론의 핵심을 쥐고 있는 건 대형포털이다. 필자인 내 경우 하루에도 여러 차례 그곳을 들어가보지만, 난감함을 넘어 끔찍한 수준이다. 대형포털 '다음'이야말로 최악의 공간인데, 모바일로 들어가면 첫 화면에 "<추모> 이 슬픔 이 눈물,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되어있다. 내 눈에는 앙심을 품고 분토를 털어놓으라는 은근한 선동의 목소리로 들린다. 벌써 수십 만 명이 추모의 글을 썼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직도 분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국민으로 태어난 것이…."식의 추모 글이 수두룩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SNS에서는 대통령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들과 저주를 퍼붓고, 근거없는 유언비어가 실시간으로 펴진다. 이런 최악의 언론 환경을 놓아둔 채, 국민적 비난과 저주를 쏟아내도록 부추기는 구조를 방치한 채 국정운영을 한다는 이들의 무신경과 무책임에 실로 아연할 뿐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했다면, 그 절반 정도는 보수층과 적극적 지지층의 실망감과 이탈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게 요즘 중론이다.

좌파적 가치에 빠져 허우적대는 우리 언론의 문제

균형감각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 정부의 언론대책이 정말 답답하다고 입을 모은다. 각 유관 부처와 비서진, 특히 홍보수석 이정현은 뭐 하고 있느냐는 아우성도 커진다. 의지도 능력도 없는데다가 세월호 참사에서 밑천을 다 드러냈다면 자진사퇴해야 마땅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그럴 조짐은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며칠 전 비서관 일부가 교체됐을 뿐일데, 지금의 상태대로라면 박근혜 정부의 반전과 기사회생의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이왕 시작한 김에 조만간 필자는 미디어 생태계 개혁과 해법의 큰 그림을 제시할 생각이다. 그게 논의를 시작한 사람으로서의 책임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인데, 지상파 TV, 종편에서 포털, 종이신문 전체에 이르는 문제점을 짚어보려 한다. 실은 좌파적 가치에 가장 집단적으로 침윤(浸潤)된 집단의 하나가 문화계 전체와 함께 언론계라는 게 내 생각이다. 좌파적 가치란 무엇인가? 그건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구조화되고 체제화된 이념의 틀인데, 그건 민족주의에 대한 눈먼 신념과 사회주의(민중주의란 말로 위장하고 있음)프로그램에 대한 열정으로 채워진다.
 

그런 좌파 이념을 소설가 복거일 선생은 전체주의 이념과 같다고 보고, 보다 세부적으로는 민족사회주의(national socialism)로 규정하는데, 나 역시 전적으로 공감한다. 참고로 고전적 민족사회주의는 나치즘, 파시즘이다. 당혹스러우신가?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파시즘만큼 사악하지는 않았지만 민족사회주의의 특질 모두를 고르게 가지고 있다. 공격적 민족주의 신봉, 사유재산에 대한 부정적 태도, 기성사회에 대한 반감, 다른 세력과의 공존거부 그리고 악마화된 적을 만들어내고 비판하는 태도 등이 그러한데, 지금 우리 언론계가 바로 그러하지 않은가? /조우석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 문화평론가, <박정희 한국의 탄생> , <나는 보수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