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주는 '생존권 문제'…과잉의욕과 우격다짐이 부른 참사
[미디어펜=편집국]몸이 약하거나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계절이 환절기다. 계절이 바뀔 때는 날씨가 들쭉날쭉 하는 관계로 몸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환절기일수록 몸 상태를 더 꼼꼼히 체크하고, 건강관리에 유념해야 한다.

경제도 사람의 신체와 비슷하다. 새로운 변화에 맞춰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냉탕 온탕을 왔다갔다하면 경제주체들이 견디지 못하고 자빠진다. 경제주체들이 적응할 시간, 그리고 관련된 제도가 정비될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은 착하다!'는 포퓰리즘 좌파의 시각, 경제 생태계가 갖는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초보 하수 정책담당자들의 과잉의욕'은 경제 주체들의 심신을 지치게 한다. 가히 '이념과 의욕 과잉의 '탁상머리 강남좌파 학자'들이 빚어낸 대형 참사'다.

문재인 정부에 충성하는 문빠들은 소셜 미디어에 "최저임금도 주지 못할 업주는 문을 닫아야 한다"는 식으로 공격하지만, 많은 영세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이 '일부러 안주는 게 아니라, 없어서 주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영세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으면 그 들의 가정도 함께 무너진다는 단순한 생각도 하지 않는 문빠들의 억지스러움을 보노라면 '사람이 먼저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호가 정말 짜증이 난다.

   
▲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존실험 대상이 된 자영업자 영세기업 저임금근로자 비정규직 등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16년 7월15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3차 전원회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 안준다고 생각해서 단속하는 정부가 잘못한 것일까 아니면 최저임금 줄 돈이 없다며 감원하거나 못주는 기업인과 자영업자가 잘못된 것일까? 정부는 정책 집행의 문제이지만, 기업인과 자영업자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고용부는 "위반하는 업주는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하는데 그 기업이 정말 나쁜 짓을 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표퓰리즘 좌파의 시각'을 보여주는 게 최저임금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다.

최저임금법에 보면 '최저 임금을 보장하는 목적을'이 나온다.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라는 게 법에 명시돼 있다. 여기서 핵심은 왜 근로자 생활 안정을 위한 임금(시간당)이 최소 1만원인지 근거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최저임금법(4조)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분명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야 한다. 사용자와 근로자간 돈이 오고가는 문제이므로, 서로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1만원이 어떻게 나왔는지 누구도 설명하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상징성 있는 구호'에 가까웠다. 1만원의 근거는 대지 않은 채 "시간당 1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말만 돌았을 뿐이다. 그랬던게 자꾸 말하다보니 '시간당 1만원이 도그마(dogma)가 됐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담당자들은 '자기확신'의 최면에 빠졌으며, 당연히 달성해야 목표로 변질된 느낌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우격다짐으로 밀어부치는 꼴이 됐다. 합리성이 아니라 우격다짐으로 밀어부치는 정부는 민주주의 정부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이 먼저다'가 '내 사람이 먼저다'는 식으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내 말을 듣지 않은 사람은 내 사람이 아니다'는 식으로 문재인 정부의 생각이 흘러가는 겉 같은데 이게 지나친 비약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김필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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