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대중교통 무료, 50억 원 날렸다" vs "무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 갑론을박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무료를 내세운 서울시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15일에 이어 17일도 발령되면서 이에 대한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루 대중교통 무료 조치로 50억 원을 날렸다는 비판이 일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무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며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계속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분석 결과 대중교통 무료 운행으로 15일 도로 교통량은 1.8% 감소했고, 지하철 이용객과 시내버스 이용객은 전주 동시간 대비 각각 3.0%, 3.8% 늘었다.

같은 생활권인 경기도 남경필 지사는 이를 두고 "전체 운전자 20%가 참여해야 미세먼지 농도 1%가 감소되지만 15일에는 2%가 참여해 효과가 전혀 없었다"며 "실효성 없는 폭군 같은 논리·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여권 내 비판도 빗발쳤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주자들인 박영선 의원과 민병두 의원은 각각 "임시방편으로는 서울시민 건강을 담보하기 힘들다", "프랑스에서도 효과가 없던 정책을 대책이라고 실시한 안일한 정책대응이 아쉽다"며 박 시장 때리기에 나섰다.

실효성 없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대해 박 시장은 16일 "통계자료를 보면 1년에 7번 정도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300억 원 선에서 해결된다고 본다"며 "중국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우리에게 한계가 있고, 그렇다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면서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박 시장은 "재정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재정보다 더 중하게 여기는 자세의 문제이고 시민 협력의 문제"라며 "시민들이 자가용을 집에 두고 나와 에너지 낭비도 막고 시민 건강도 좋아졌으면 한다"면서 거듭 시민을 내세웠다.

박 시장의 이러한 논리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세먼지 대책에 들어가는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일회성으로 소모되는 대중교통 무료가 아니라 필요한 곳에 돈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서울시는 17일 오전 출근길(첫차~오전 9시)과 퇴근길(오후 6~9시)에 서울시 관할버스와 도시철도를 무료로 운행한다./사진=서울시 제공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국이라는 외부 요인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50% 비중을 넘는다.

학계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 오염물질의 70%가 중국·몽골에서 오지만, 우리나라 도로에서 평소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일반 자가용이 아니라 노후한 버스나 트럭 등 경유 차량에서 주로 나온다고 분석했다.

박 시장 제안대로 승용차 2부제나 5부제를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력으로 시행한다고 해도 미세먼지를 직접 유발하는 경유 차량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내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서울시는 올해 노후 경유차 1대당 100만~1000만 원이 소요되는 매연저감장치(DPF) 설치를 위한 보조금에 예산 450억원을 책정하면서 정작 추가예산 부족으로 당초 목표였던 2019년이 아니라 2022년까지 설치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연간 대중교통 무료에 300억 원 이상을 쓰겠다는 서울시 예산 집행을 DPF 설치 보조금으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17일 오전 6시~오후 9시 서울시 본청과 자치구, 산하기관, 투자 출연기관 등 공공기관 주차장 360곳을 폐쇄하고, 출근길(첫차~오전 9시)과 퇴근길(오후 6~9시)에 서울시 관할버스와 도시철도를 무료 운행한다.

서울시가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조성된 시 재정 50억 원을 추가로 들여 어느 정도의 교통량 감축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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