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뇌물 혐의' 밝혀진 것 없어…특검 '추측'만 난무
총수 장기화 지속으로 삼성전자 미래 어두워…속히 풀어줘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된지 11개월이 지났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번 재판을 시작하며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의혹에 대한 ‘추측’만 남발한 채 비극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구속된 후 53번의 원심 재판, 17번의 항소심 공판 등 총 70번 재판장에 출석했다. 항소심 공판은 지난 해 12월 27일 마무리 됐으며, 이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5일 나올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원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특검과 이 부회장 변호인 모두 1심 선고 결과에 불복했다. 특검은 ‘묵시적 청탁’을 ‘명시적 청탁’으로 바꾸는 것을, 변호인단은 ‘무죄 입증’을 목표로 항소심 재판에 임했다.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차고 넘친다’는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특검은 원심 재판에 이어 항소심 재판에서도 증거를 입증하기보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독대 했으니 ‘청탁’”이라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네 차례에 걸친 공소장 변경도 “뇌물죄 입증을 위해 무리하게 짜 맞추기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도 특검을 향해 ‘증거’는 없고 ‘정격유착’ 프레임만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경영승계’를 받기 위해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것 아니냐는 특검의 질문에 “아직까지 경영승계라는 개념이 이해도 안 되고 납득이 안 된다”며 “다만 회사가 잘 되기 위해 노력했고 훌륭한 기업인으로 기억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최후 변론을 통해서는 “훌륭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다”며 “이것은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될 수 있는 일이 아닌 내 자신에게 달린 것”이라고 호소했다.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다고 해서 훌륭한 기업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억울함을 내비치긴 했지만 이 부회장은 “모든 법적 책임과 도덕적 비난도 제가 다 지겠다”며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저에게 벌을 내려달라”며 “제가 모든 책임을 져야 엉클어진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든 죄를 지고 가겠다’는 이 부회장의 호소와 달리 삼성전자는 현재 장기간의 ‘총수 부재’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부회장이 하루 속히 경영에 복귀해 삼성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돌파한 것을 두고 “이 부회장의 부재에도 삼성은 문제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잘못된 시각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기업가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뚜렷한 물증이 없음에도 기업가를 죄인으로 치부하는 이 같은 행태는 사법부의 ‘후진성’을 보여줄 뿐 대한민국의 역사에 긍정적인 부분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훌륭하지만, 이것이 총수의 ‘고독한 결정’을 대체할 수는 없다”며 “삼성의 미래를 결정짓는 대규모 투자에 있어서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오너 역할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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