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실질적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관련 이슈로 논란이 됐던 삼성증권이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이사회 보고절차, 리스크·보안 관리 부실로 무더기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평가에서는 '양호' 등급을 받았지만 초대형 투자은행(IB)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받은 경영유의 지적은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다수의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평가에서는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의 '양호' 등급을 받았지만 세부내용을 보면 몇 가지 지적사항들이 나왔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에 경영위원회 업무 이사회 보고, 유동성 위기상황분석 관련 업무강도, 위험평가제도(RAMS) 평가결과 활용, 개발자 PC에 대한 보안통제과 관련된 4건의 사항에 대해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것.
 
경영유의는 금감원의 서면 혹은 현장검사 결과 해당 금융사의 경영상 취약성이 드러나 경영진의 주의 또는 경영상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 내려진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경영위원회 결의사항 중 일부 중요사항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또한 유동성 위기상황분석(Stress Test)를 실시하면서 매입보장약정‧기관 환매조건부채권(RP) 등 현금유출 부분과 유동성 자산 매각 시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가치 하락 부분 등을 반영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유동성 관리는 최근 금융당국이 특히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라 뼈아픈 ‘옐로카드’를 받은 셈이다.
 
한편 삼성증권의 리스크관리부서는 RAMS(Risk Analysis Management System) 평가결과를 위험관리집행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담당임원 1명에게 ‘등급’만 보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과 관련해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모바일 프로그램 개발자가 Mac OS PC 1대에 설치된 보안프로그램을 임의로 삭제하고 개별적으로 웹하드, 디자인 웹사이트 등에 접속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한 IOS 어플리케이션 작업을 하면서 PC 1대에서 개발‧배포 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해 취약점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림과 동시에 7개의 개선사항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은 조사분석자료 공표업무 절차, 투자일임보고서 교부업무, 유동성비율 산정 업무프로세스, 사외이사에 대한 정보제공절차, 테스트 데이터 사용에 관한 사항, 파일 공유서버에 대한 통제방안, 영업점 무정전전원장치 관리 등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

국내 대형 톱5 증권사 중 하나인 삼성증권은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핫이슈인 초대형 IB 이슈에서 난항을 겪으며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실질적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수사를 받게 되면서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로 손꼽히는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에서 일찌감치 보류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다른 회사들도 발행어음 심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재용 리스크’가 우려만큼 큰 잔상을 남기지는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새해가 되자마다 무더기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점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체면을 구기게 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이 삼성증권에 대한 엄격한 태도를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나라 전체적으로 ‘적폐 청산’이 화두가 된 상황에서 삼성증권이 일종의 본보기처럼 다뤄지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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