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 왜곡하는 '일감 몰아주기' 용어 사용 자제해야
자유시장 경제 뿌리 내리기 위해 '정명(正名)' 필요
   
▲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일감 몰아주기’라는 용어는 현상을 왜곡한다. 이 막강한 용어 하나로 기업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버는 집단처럼 묘사된 경우가 부지기수다. 문재인 정부 역시 ‘재벌개혁’을 앞세우며 ‘일감 몰아주기’ 등 비리를 근절하겠다고 여러 차례 선언했다.

우리나라 대기업 대부분은 ‘계열사 구조’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계열사 간의 긴밀한 관계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 독립적인 법인이긴 하지만 일정한 재무적 연결 하에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위력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 ‘CES 2018’의 경우, 삼성전자 전시관 부스 꾸미기를 제일기획이 맡아서 진행했다. ‘반(反) 기업’의 눈으로 보면 이것도 ‘일감 몰아주기’다. 

하지만 내막을 알고 나면 그것이 얼마나 큰 ‘무지’에서 비롯된 생각인지 알 수 있다. 삼성전자가 제일기획을 선택한 이유는 이 회사의 ‘실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계열사라도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상부상조(相扶相助)가 불가능하다.

보안상의 문제도 있다. 신제품 전시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보안이다. 작은 정보라도 외부에 유출된다면 삼성전자가 입을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때문에 믿고 맡길 수 있는 계열사를 택할 수밖에 없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기업 경영 전략 중 하나일 뿐 ‘비리’와는 일절 관계가 없다. 이 거래가 ‘정상적인 시장가격’에 근거하고 있는 한 이를 ‘일감 몰아주기’라고 왜곡해선 안 된다. 그리고 부당한 내부거래는 이미 공정거래법을 통해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일각에선 내부 거래를 두고 비상장기업을 이용한 편법 증여수단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상속세 회피의도 등 다른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증명되지도 않은 증여수단을 근거로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막는 것은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일감 몰아주기’라는 용어의 힘은 막강하다. 왜 ‘일감 몰아주기’라고 불러선 안 되는지 설명하기까지 이렇게 많은 문장이 필요하지만, 이 해명을 들어줄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용어 전쟁에서 지고 들어간 것이다.

비단 ‘일감 몰아주기’ 뿐만이 아니다. ‘재벌’, ‘납품단가 후려치기’, ‘대기업 독식’ 등 시장경제 기반을 흔드는 어둠의 용어가 무수히 존재한다. 모두 ‘시장경제’와 ‘기업’을 악(惡)으로 묘사하는 용어들이다.

이에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분야에서 개념이 잘못된 용어를 추출해야 한다”며 “‘시장의 탐욕과 시장실패 그리고 시장권력’ 역시 성립될 수 없는 ‘언어의 허구’”라고 지적했다. 시장은 거래가 이뤄지는 장(場)일뿐, ‘행위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시장의 본질을 왜곡하는 거친 용어의 사용을 조심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번영을 이끈 자유시장 경제 체제가 뿌리 내리기 위해선 ‘정명(正名)’이 필요하다. 시장경제는 잘못이 없다. 잘못된 용어로 이것의 본질을 왜곡하는 세력만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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