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하나금융이 김정태 회장의 연임 여부를 놓고 금융당국과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김 회장의 연임 여부가 계열사 CEO 인사에까지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논란이 김 회장이 발탁한 하나금투 이진국 사장의 인사에도 나비효과를 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의 연임과 관련해 하나 측과 금융당국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작년 11월 29일 “금융지주회장 셀프연임은 안 된다”는 말로 사실상 하나금융을 ‘저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 사진=연합뉴스


연이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사들의 경영권 승계프로그램이 허술하다”고 지원사격을 펼치면서 상황은 ‘금융당국 vs 하나금융’으로 급속하게 재편됐다.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을 배제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하겠다”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관치 논란은 해가 바뀌어서도 계속 이어졌다. 회추위가 16명으로 회장 후보군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인터뷰 일정을 연기하라’고 요청했지만 하나금융은 “일정대로 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최종구 위원장은 “금융인은 간섭 안 된다는 우월의식을 버려야 한다”는 말로 또 다른 갈등을 예고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가 결국 “하나금융인선에 관여 안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갈등이 일단락 되는 분위기다.

하나금융은 지난 16일 회추위를 개최해 김정태 회장과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 등 최종후보 3명을 선정했다. 오는 22일 차기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김정태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충분히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떻든 이번 논란으로 업계는 금융당국에 대해 상당히 불편한 시각을 갖게 된 게 사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이 이상할 정도로 하나금융 인사에 대해 코멘트한 것도 특이하지만 청와대 한 마디로 갑자기 자세가 바뀐 것도 독특한 장면”이라면서 “신(新)관치라는 표현이 이미 여의도에서 새로운 일반명사로 쓰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김정태 회장 관련 논란은 김 회장 한 사람의 인사에서 그 파급효과가 멎지 않는다. 김정태 회장과 가까운 관계인 계열사 인사에도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하나금융투자 이진국 사장이다. 이진국 사장은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출신임에도 김정태 회장이 직접 발탁해 하나금투 사장이 된 인물이다.  

2016년 초에 사장으로 임명돼 아직까지 만 2년 밖에 사장직을 수행하지 않은 이진국 사장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그런 한편 아직까지는 ‘김정태 회장의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은 상태라 김 회장의 거취와 이 사장의 인사가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정태 회장이 연임을 하더라도 당국과의 불편한 관계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하나의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 이 리스크는 하나금융투자의 사장인사에도 여파를 남길 수 있다. 당국과 하나금융의 갈등이 단순히 회장직 하나에서 끝나지 않는 이유다. 업계는 우려와 기대감이 뒤섞인 시선으로 22일 하나금융의 차기회장 선출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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