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남북 합의로 추진하고 있는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스위스 로잔에서 20일(현지시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로 남북회담이 열려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지만 정치권의 관련 발언이 구설수에 연일 오르는 등 여론은 악화되어 가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정부 결정에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이면 과거 정부와 다를 게 뭐냐"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고, 젊은 층은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흙수저'인데 북한 김정은은 '핵수저'를 가졌다"며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SBS와 국회의장실이 의뢰해 한국리서치가 지난 9~10일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2.2%가 단일팀 구성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했고 20~30대 반대 의사가 82%를 넘는 등 유독 높았다.

단일팀이 성사됐던 1990년대와 달리 지금의 젊은이들은 공정한 경쟁과 기회의 균등을 중시하면서 이대 학사비리인 정유라 사건과 취업난을 겪었고 천안함부터 목함지뢰까지 목격해 북한에게 호의적이지 않고 정치 명분보다 실리를 따진다는 분석이다.

이번 단일팀 논란의 경우,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사전 동의나 양해 없이 청와대와 국무총리 등 정치권이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정치적 명분을 언급하면서 기름을 더욱 끼얹고 있다.

앞서 이낙연 총리는 17일 "우리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거나 그렇진 않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고 이튿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단일팀 구성이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아이스하키팀에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폄하했다.

이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19일 "선수들에겐 안타까운 일일지 모르겠지만 (단일팀을 구성하면) 금메달을 따는 것 이상으로 국제사회의 엄청난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IOC 주재로 20일(현지시간) 열리는 남북회담에서 단일팀 여부와 엔트리 증원 등 세부사항이 결정된다. 사진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 세번째)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료회의에서 공동보도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당사자인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비롯해 체육계는 반발에 나섰다. 선수 및 선수 부모들, 유승민 IOC위원과 체육계 대모인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 등이 선수 의사를 중시하고 올림픽 페어플레이 정신을 준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새라 머래이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에 대해 "정치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냉정히 말하면 북한 선수의 추가는 어렵다"며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북한을 압도적으로 이겼고, 북한에 얼마나 좋은 선수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백업 선수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머래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며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훈련했는데 자리를 빼앗긴다면 박탈감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고 걱정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남북단일팀 구성안은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열렸던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 축사에서 이를 제안했지만, 대회 참석 차 방한했던 북한 장웅 IOC 위원은 "과거 그에 대해 남북회담이 22차례 열렸고 다섯 달 걸렸다"면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며 거부했다.

남북 단일팀은 하계와 동계를 포함해 올림픽에서 전례가 없다. 1991년에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가 유일한 선례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첫 상대인 스위스는 남북 단일팀 엔트리 증원에 거듭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은 환영 의사를 표했다.

단일팀에 따른 예외적인 엔트리 확대 방안은 '페어플레이'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20일 IOC 주재로 열리는 남북회담에서 단일팀 여부와 엔트리 등 세부사항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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