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착하게 살자'가 베일을 벗었다. 19일 첫 방송을 내보냈고 이전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안방극장을 찾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배우 김보성과 박건형, 방송인 유병재, 그룹 JBJ 멤버 권현빈이 각자 죄(?)를 지은 혐의로 체포돼 수감되는 장면이 그려졌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구치소나 교도소가 배경으로 나온 적은 많지만 실제 현장을 보여주고, 일반인 수감자와 똑 같은 과정을 겪는 모습이 방송되는 것은 처음이었다. 수감 전 불법 반입물 단속을 위한 항문검사를 받고 머그샷을 찍는 장면 등은 그야말로 '리얼'했다.
그렇다면 예능을 표방한 이 엉뚱한 '착하게 살자'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기획, 제작되고 방송까지 나가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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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JTBC '착하게 살자' 홈페이지 |
제작진이 홈페이지에서 밝힌 '프로그램 정보'를 보자. "한국 방송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획기적 프로그램"이라며 "사람은 누구나 죄를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죄 이후에 관해선 누구도 잘 알지 못한다. 어떤 사건에 의해 죄를 짓게 되고 경·검찰 조사부터 재판까지, 처벌받는 전 과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대한민국 최초 사법 리얼리티!"라고 프로그램에 대해 알리고 있다.
그러면서 "죄를 지으면 어떤 벌을 받는지 보여주고, '절대 죄짓고 살지 말자! 착하게 살자!' 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 법에 대한 존엄성과 준법정신을 고취 시켜줄 전 국민 정의 구현 프로젝트!"라는 취지를 설명해 놓았다.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첫 방송을 본 소감이었다. 범죄자(또는 피의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처벌받는지를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준법정신을 고취시킨다는 논리는 잘 납득이 가지 않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그럴 수도 있겠다고 치자. 연예인들이 가상체험(아무리 리얼을 가장해도 가짜다)을 하는 것을 보면서 진짜 범죄자를 대입시켜 실제처럼 받아들이게 하고 그것을 통해 '국민 정의를 구현'한다니, 너무 거창하게 갖다붙였다.
그냥 예능 프로그램일 뿐이다. 예능이니 웃기면 된다, 다른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신기한 것'을 보여주면 된다. 혹시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한 것은 아닐까.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MBC 예능 '진짜사나이'를 잠시 돌이켜 보자. '진짜사나이'는 착하게 살자'와 포맷 면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연예인(또는 유명인)이 실제 병영(감옥) 체험을 한다.
물론 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점이 있다. 대한민국의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건강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 군대라면, 대한민국에서 특별한 결격 사유(법을 어긴)가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 감옥이다.
그러다보니 '착하게 살자'는 아무리 리얼 체험을 강조해도 진짜일 수가 없다. 프로그램에 지나치는 형태로라도 나오게 되는 재소자들은 모자이크 처리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연예인들이 자기들끼리만 수감 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곤란한 일을 겪거나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첫 방송 후 '착하게 살자' 홈페이지 시청소감 게시판에는 상반된 반응이 나타났다. "신선하다" "취지와 기획 의도가 좋다"며 새로운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 시청자도 있었다.
하지만 "거부감이 든다" "왜 이런 기획을...혹시 어린 청소년의 극단적인 사회적 성향적 취행을 타겟팅한 것은 아닌지"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 똥된장을 구분해야지. 장례식장에서 웃으라고 하는 꼴" 등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우려하는 시청자들의 의견도 많았다.
이제 첫 방송을 한 상황이니, 앞으로 '착하게 살자'를 좀더 지켜보자. 프로그램의 성공과 실패는 결국 현명한 시청자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니까.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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