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 정현(한국체대, 삼성증권 후원)이 개인 통산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4회전(16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것도 세계랭킹 4위를 꺾고 이뤄낸 쾌거다.
 
정현은 20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펼쳐진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3회전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를 맞아 풀세트 접전 끝에 3-2(5-7, 7-6, 3-6, 6-3, 6-0)로 이겼다.

세계 랭킹 58위 정현이 4위 즈베레프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개인 통산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16강에 올라 한국 테니스 역사에 또 하나 기념비를 쌓았다. 이전까지 정현의 메이저 대회 최고 기록은 지난해 프랑스오픈 3회전 진출이었다. 정현 이전에 한국 선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 역시 16강 진출로 이형택이 2000년과 2007년 US오픈에서 두 차례 달성한 바 있다. 22살의 정현이 전설 이형택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 사진=정현 인스타그램


첫 세트는 정현과 즈베레프가 서로 자신의 서브 게임을 가져가며 균형을 맞춰 나갔다. 두 선수 모두 각자의 장점을 살리는 플레이를 펼쳤는데 즈베레프의 강력한 서브, 정현의 정교한 스트로크가 불꽃을 튀었다. 게임스코어 6-5로 즈베레프가 앞선 가운데 정현의 서비스 게임에서 즈베레프의 날카로운 샷이 연이어 터지며 브레이크 게임이 됐다. 즈베레프가 7-5로 1세트는 가져갔다.

2세트 역시 팽팽하게 전개됐다. 즈베레프의 강서브가 불을 뿜고 정현은 침착한 리턴과 스트로크로 맞섰다. 결국 자신의 서브 게임을 서로 가져가며 타이 브레이크까지 돌입했다. 정현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한 포인트씩 쌓았고, 백핸드 발리 성공으로 승기를 잡아 타이브레이크를 7-3으로 끝냈다. 세트 스코어 1-1 동점이 됐다. 

즈베레프가 3세트에서는 힘을 냈다. 정현의 두 번째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3-1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정현이 추격에 나서봤지만 즈베레프의 힘있는 공격에 밀려 내리 세 게임을 내줘 3-6으로 3세트를 내줬다. 

경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현이 빛났다. 4세트에서 정현은 발이 무거워진 즈베레프를 상대로 세 게임을 내리 잡으며 앞서갔다. 체력이 떨어진 즈베레프는 잦은 판정 항의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정현의 페이스에 말렸다. 4세트는 정현이 6-3으로 따내 다시 2-2 타이를 이루며 최종 5세트로 승부를 넘겼다.

정현은 서브의 강도까지 떨어진 즈베레프를 몰아붙여 러브 게임으로 따내는 등 기세를 한껏 끌어올렸다. 정교한 스트로크와 패싱샷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반면 즈베레프는 지친 모습이었고 스스로 무너져갔다. 게임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며 뒤지자 즈베레프는 라켓을 내던지며 평정심을 잃었다. 정현은 잇따라 상대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마지막 세트는 완벽한 승리로 장식, 대망의 4회전 진출에 성공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