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병화 기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산과 공원 등이 인접한 이른 바 ‘숲세권’ 아파트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건설회사들도 신규 분양단지에 미세먼지 차단 시스템 등 특화설계를 적용하며 미세먼지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22일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과 5월 사이 서울 홍릉숲과 숲에서 2㎞ 떨어진 도심에서 부유 먼지와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는 도심에서 평균 ㎥당 23.5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이었지만 숲에서는 평균 ㎥당 13.3μg~14.8μg으로 측정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에 대해 “나뭇잎이 미세먼지를 흡착하고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오존 등을 흡수해 공기를 정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대우건설이 1월 중 분양 예정인 숲세권 아파트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 조감도/사진=대우건설


이 같은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며 분양시장에서는 녹지가 풍부한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서울 강동구에 분양한 ‘e편한세상 강동 에코포레’는 1순위 평균청약경쟁률 14대 1을 기록했는데 단지 앞 25만여㎡ 규모의 길동공원이 역할을 했다.

또 영장산 기슭에 위치한 ‘산성역 포레스티아’는 지난해 9월 1순위 청약에 나서 평균 9대 1로 당해지역에서 마감했다. 

관악산과 청계산, 양재천과 과천중앙공원 등 녹지공간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과천에서 대우건설이 이달 중 분양할 예정인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전체 1317가구, 일반분양 575가구)은 벌써부터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은 단지 주변이 녹지로 둘러싸여 있으며 중앙공원, 문원체육공원, 관문체육공원, 과천저수지 등이 가깝다.

숲세권 아파트는 집값 상승률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3단지’ (2003년 10월 입주) 전용면적 84㎡B타입의 평균 매매가는 1월 12일 기준 6억8500만원으로, 2016년 1월 6억35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2년 사이 5000만원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암월드컵파크3단지는 단지 뒤로 매봉산이, 앞으로 난지천공원이 가까운 대표적 숲세권 단지로 통한다.

반면, 난지천공원으로부터 비교적 멀리 떨어진 ‘상암월드컵파크9단지’ (2010년 10월 입주) 전용면적 84㎡A타입의 평균 매매가격은 현재 6억4500만원으로 2년 전인 2016년 평균 매매가(6억1000만원)보다 3500만원 가량 상승했지만 숲세권 아파트인 3단지보다는 상승폭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 미세먼지 특화설계인 '주방 하부급기 시스템'이 적용되는 힐스테이트 송정 조감도/사진=현대엔지니어링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건설사들도 미세먼지 차단 시스템 등 특화설계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은 주방 창문을 열지 않고도 요리를 할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3분의 1수준으로 줄여주는 ‘주방 하부급기 시스템’을 경북 구미시 송정동에서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송정’(1월 분양예정, 526가구) 등 올해 신규 분양 아파트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또 삼성물산은 지난해 9월 분양한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에 실내 미세먼지 측정 장치인 'IoT 홈큐브'를 선보였다. 외부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자동으로 실내 환기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아울러 현대건설은 분양 예정 단지 환기시스템에는 HEPA 필터를 장착, 대림산업은 ‘공기청정 환기 시스템’을 도입해 미세먼지를 줄일 계획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숲세권, 공기정화시설 도입 등 최근 미세먼지에 민감한 수요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건설사들의 마케팅도 치열하다”며 “비슷한 입지여건이라면 수요자들에게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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