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머리 아집 최저임금 급등쇼크 진실외면, 홍보용 현장점검 역풍만
문재인정부 경제관료들이 지난주 일제히 현장점검에 나섰다.

올들어 급등한 최저임금으로 고통받는 영세자영업자와 음식점사장. 종업원들과 대화를 벌였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해온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등 청와대참모들이 나선 것이 주목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현장을 찾았다.

경제참모들은 언론이 왜곡보도하는 바람에 최저임금의 진의가 왜곡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자신들이 직접 자영업자나 종업원들을 만나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현장에 나섰다.

현장점검 결과는 참모들의 의중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참모들의 인식이 너무나 안이했다. 홍 경제수석은 장사가 안돼 울상인 모 음식점주인에게 사람을 더 쓰라고 종용하는 황당한 일마저 벌어졌다. 상처가 난 부위에 소금을 마구 뿌리는 격이다. 돈벌이가 안돼 빵도 먹을 형편이 되지 않는데, 되레 스테이크와 등심을 대신 먹으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동문서답의 전형적인 사례다. 참모들의 심각한 무지와 편견, 아집만 드러났다. 물정모르는 책상머리 참모들의 생각만으론 현장의 애로사항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장하성 정책실장의 어이없는 질문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 신림동 분식점과 신당동 설렁탕집을 잇따라 방문한 장실장은 한 종업원에게 임금이 올라가야 쓸 돈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은연중 홍보하려는 유도성 질문이었다. 종업원은 장실장에게 장사가 잘돼야 월급받는 게 편하다고 대꾸했다.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 하지 말라는 투였다.

   
▲ 장하성 정책실장 등 청와대 경제참모들이 일제히 영세자영업체들을 둘러보며 최저임금 급등사태에 따른 애로사항을 점검했다. 경제참모들은 자영업자와 종업원들의 쓴소리를 경청하기보다는 정책을 홍보하는 데 치중했다. 동문서답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프랜차이즈본사와 가맹점등이 최저임금인상분을 분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정경쟁을 관장하는 공정위가 시장가격과 인건비 배분에까지 개입하려 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가격과 임금까지 관여하는 공정위는 전 세계에서 한국의 공정당국이 유일하다고 비판했다. 기상천외한 관치라고 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파장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자영업자와 편의점 영세중소기업들이 생존차원의 절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가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아우성이 현장에 넘쳐나고 있다. 우문현답을 위해 현장을 찾은 참모들은 되레 경청은커녕 잘못된 정책을 우격다짐으로 강행하기위한 홍보에 치중했다.

현장의 애로사항을 점검했으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 단순히 민생을 살폈다거나, 면피용으로 음식점등을 방문했다면 더욱 큰 실망감만 안겨줄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참모들은 아집과 교만으로 점철돼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최저임금의 급등사태는 몇 달이 지나면 안정될 것이라고 강변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16.4% 인상된 7530원이다. 김부총리는 2000년(16.6%)과 2007년(12.3%)에도 단기적으로 고용에 악재로 작용했지만, 진정됐다고 해명했다. 당시와 지금은 사정이 너무나 다르다. 2000년 성장률은 8.9%로 환란이후 최악의 침체터널에서 수직상승했다. 올해는 3% 저성장이 예상된다.

문재인정부는 더 이상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영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낙관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처럼 현장의 애로사항을 경청해서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문재인표 소득주도성장정책은 현실에서 심각한 균열과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를 강행할 경우 민심이반으로 이어진다. 일자리정부가 되레 일자리를 줄이는 정부가 될 수 있다. 임금을 한꺼번에 올리는 것은 소득증가와 함께 비용급등도 초래한다. 동전의 양면을 봐야 한다. 정책의 한쪽만 보고 다른 쪽의 주름살을 외면하면 왜곡이 발생한다.

김동연 경제팀과 청와대 경제참모들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봐야 한다. 몇 달 지나면 안정될 것이라는 근거없는 낙관론으로 자영업자들과 영세기업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종업원들과 영세업자들의 고언과 쓴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자영업자들의 피눈물만 늘어난다. 영세기업 종업원과 편의점 알바, 청소 경비 등 고용취약계층의 해고대란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