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정현(22, 한국체대, 삼성증권 후원)이 한국 테니스 역사에 새로운 금자탑을 쌓았다. 메이저 대회 사상 처음으로 8강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웠다.

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의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펼쳐진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3-0(7-6, 7-5, 7-6)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정현은 한국 선수론 최초로 메이저 대회 8강의 기적을 썼다. 이전에는 이덕희(1981년)와 이형택(2000년, 2007년)이 모두 US 오픈에서 16강에 오른 것이 한국선수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 사진=정현 인스타그램


세계랭킹 58위 정현과 14위 조코비치의 대결이었지만 조코비치는 2016년까지만 해도 세계랭킹 1위를 오랫동안 지켰던 최정상급 선수다. 조코비치가 지난해 팔꿈치 부상을 당해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세트스코어 3-0으로 완벽하게 누르고 8강에 올랐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첫 세트를 타이브레이크까지 간 끝에 잡아낸 것이 정현에게 승기를 안겼다. 초반부터 상대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앞서가던 정현은 조코비치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추격을 허용해 게임스코어 6-6까지 갔다. 하지만 타이브레이크에서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하며 이겨 첫 세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조코비치는 1세트에서만 7차례나 더블 폴트를 기록하는 등 서브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2세트도 1세트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정현은 세트 초반 4-1까지 앞서며 손쉽게 세트를 가져가는 듯했다. 그러나 4-2에서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당해 4-4까지 추격 당했다. 위기감이 느껴졌지만 정현은 침착하게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챙겼고 조코비치의 서비스 게임마저 브레이크하며 2세트를 7-5로 끝냈다. 조코비치는 강공 위주로 빠른 승부를 보려 했으나 정현이 끈질긴 스트로크로 조코비치의 실수를 유발해 세트를 거푸 따냈다.

막판까지 몰린 조코비치는 3세트 들어 첫번째 정현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분발하는 듯했다. 하지만 정현이 곧바로 브레이크 게임으로 응수했고, 이후 서로 게임을 주고받으며 접전이 이어졌다. 결국 3세트도 게임스코어 6-6에서 타이브레이크로 승부를 가려야 했다. 다시 한 번 정현이 막판 집중력을 발휘했다. 좌우, 또는 길고 짧게 찌르는 스트로크로 집요하게 조코비치의 실수를 이끌어냈고, 결정적인 패싱샷까지 성공시키며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3세트에서 끝났지만 경기 시간은 3시간 30분 가까이 걸릴 정도로 매세트 접전이었다.

8강 진출과 함께 정현은 조코비치를 상대로 완벽한 설욕에도 성공했다. 바로 2년 전인 2016 호주오픈에서 정현은 조코비치를 1회전에서 만나 0-3으로 완패한 바 있다. 그 대회에서 조코비치는 우승까지 했다. 2년만에 다시 만난 조코비치에게 시원한 설욕까지 하며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된 정현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