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공소장 변경, '법치' 아닌 '정치재판' 우려되는 이유
자신 없는 특검…공소장 변경으로 '유죄 입증' 가능할까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2주 가량 남은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잦은 공소장 변경이 ‘부실수사’를 자백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원심·항소심 포함 4차례나 공소장을 변경했다.

지난해 12월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이 마무리 됐다. 이날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정경유착의 근원’이라는 오명을 씌우며 원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의 선고는 다음 달 5일 진행된다.

특검은 재판을 시작하며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증거를 밝혀내기는커녕, 4차례에 걸쳐 공소장을 변경하는 등 ‘무리한 재판’을 진행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들의 잦은 공소장 변경은 공소유지에 자신이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법치에 입각한 것이 아닌 특정 목표를 정해놓은 것처럼 보이는 특검의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검만의 논리를 밀어붙이는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특검의 정치화’를 증명하는 것밖에 될 수 없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도 특검의 공소장 변경에 대해 “백지 공소장을 내고 상황에 맞춰 공소장을 써 내도 된다는 주장과 같다”며 “특검은 정정당당하게 공소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박영수 특별검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잦은 공소장 변경, ‘법치’ 아닌 ‘정치재판’ 우려되는 이유

항소심 구형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해 12월 22일, 네 번째 공소장 변경이 이뤄졌다. 

이날 특검은 단순뇌물죄로 기소한 승마지원 부분에 대해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또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알려진 세 차례의 독대에 앞서 한 차례 더 독대를 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추가했다.

삼성 측은 그동안 최서원 측이 받은 승마지원금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동일시한 단순뇌물죄 적용이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재판부 역시 이점을 인정, 특검 측에 공소장 변경을 권유했고 특검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 

‘제3자 뇌물죄’에 대한 공소장 변경으로 “특검이 유죄 입증에 실패할 가능성을 열었다”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같은 날 추가된 ‘0차 독대’ 의혹에 대해 변호인단은 “9월 12일 독대에 대해 이재용을 비롯한 피고인 모두 기억이 없다고 밝혔고, 회사 내부에서도 어떠한 관련 자료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오로지 ‘독대가 있었다’는 안봉근의 진술만 있을 뿐이어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 부회장이 이미 특검 조사에서 세 번의 독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자발적으로 이야기 했는데 무엇을 더 숨기겠냐는 의미다.

자신 없는 특검…공소장 변경으로 ‘유죄 입증’ 가능할까

항소심 재판에서의 공소장 변경은 이전에도 있었다. 특검은 지난 해 11월 16일, “삼성이 재단 설립 출연금을 박근혜 전 대통령 대신 부담했다면 직접 뇌물 공여에 해당할 수도 있는 것으로 봤다”며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공소장이 변경되면서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후원한 것과 관련, 원심에서 적용된 ‘제3자 뇌물공여 혐의’에 ‘단순 뇌물혐의’ 의혹이 추가됐다. 재판부가 판결을 할수 있고 안할수 있는 선택적 공소사실로 변경한 것이다. 

앞서 원심 재판부는 정유라 승마 지원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재단 지원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요청대로 출연금 후원에 수동적으로 임했다는 점, 정부의 강압적 요청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제 3자 뇌물공여죄는 ‘대가성’뿐 아니라 ‘부정한 청탁’의 사실까지 입증돼야 그 죄가 인정된다. 반면 직접 뇌물공여죄는 공무원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만 입증하면 유죄가 인정돼 비교적 수월하다.

특검의 공소장 변경 요청에 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검이 제3자 뇌물공여 입증이 어려워지자 뇌물공여 혐의를 추가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묵시적 청탁’이 ‘포괄적 뇌물’로?…변호인단 "인정 못해, 이 부회장은 '무죄'"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의 원심 재판부는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출연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등 이 부회장에게 씌어진 3가지 뇌물혐의 중 승마지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관련한 자금출연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당시 원심 재판부는 ‘묵시적 청탁’이라는 특검의 주장을 ‘포괄적 뇌물’로 인정했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은 항소심 재판을 시작하며 “개별적 현안을 떠난 포괄적 현안이 인정된 것은 나무는 없지만 숲은 존재한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묵시적 청탁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포괄현안인 승계에 대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항소심에서는 증거 재판주의, 죄형 법정주의에 부합하는 판단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검은 ‘묵시적 청탁’이 ‘명시적 청탁’임을 입증하기 위해 항소심에서 세 차례에 걸쳐 공소장을 변경하는 ‘무리수’를 던졌다. 

이들은 단순뇌물 혐의만 적용했던 승마지원 부분에 제3자 뇌물죄 혐의, 제3자 뇌물 혐의만 적용했던 미르ㆍK스포츠재단 지원에는 단순뇌물 혐의를 각각 추가했다. 또 의혹만 무성한 ‘0차 독대’도 입증 근거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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