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선종 및 국내 선주 발주 선박 수주시 최대 6% '적자 수주' 가능
일감 부족->활용도 저하->고정비 부담 증가->계약 체결 난항 악순환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부가 조선업계의 선박 저가 수주 경쟁 방지를 위해 지난해 7월 도입한 수주 가이드라인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하향 조정하자 이참에 업계는 일감 부족 해소를 위해 한 발 더 나아가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23일 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 가이드라인이 현실화된 것은 반갑지만 후판 가격과 최저임금 인상, 원화 강세 등으로 원가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며 "이로 인한 일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 전경/사진=삼성중공업


그동안 업계는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 수주에 대해서는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일체 금지하는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수주전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했다고 호소해왔다.

과당경쟁을 막으려고 만든 기준 때문에 해외 금융사에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고 RG를 발급받는 동안 경쟁국 업체들은 국책은행을 활용해 낮은 수수료만 부담하는 등 반사 이익을 얻어 수주에 성공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선박을 공동으로 수주하거나 전략선종 및 국내 선주가 발주한 선박을 수주할 경우 기존 국책은행의 수주 가이드라인 적용 회피를 골자로 하는 가이드라인 조정을 제시하면서 지난해 9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스위스 선사인 MSC로부터 공동 수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RG발급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액화천연가스(LNG)선·부유식 LNG 저장 및 재기화 설비(LNG-FSRU)·초대형 컨테이너선·셔틀 탱커·초대형 유조선(VLCC) 등 국내 업체가 강점을 가진 전략 선종을 수주할 경우 수주 적정성 평가 모델 산식에서 제조 감가상각비와 일반관리비 등을 원가 항목에서 제외, 원가 대비 최대 6% 가량 낮은 금액으로 수주할 수 있게 됐다.

   
▲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에 정박중인 LNG 운반선/사진=대우조선해양


정부는 조선해양플랜트 협회에 의뢰해 전략선종을 반기에 한 번씩 바꾸고, 일감이 10~15개월 남으면 2~3%, 10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최대 6% 가량 낮은 금액에 수주하는 것도 허용할 방침이다.

최근 실적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조선업 특성상 이익률을 이유로 RG를 받지 못해 중국·싱가포르 등 경쟁국 업체가 수주에 성공하면 기술 격차 해소를 비롯한 산업경쟁력 약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저가 수주' 논란에 대해서는 일감 부족으로 인해 인원·생산 설비·부지 등의 활용도가 낮아지면 고정비 부담이 증가, 수주에 차질이 생겨 일감 부족으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항변했다.

또한 각국 정부들이 조선사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해외 조선사들이 '치킨 게임'을 통해 기술력이 높은 국내 업체들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정부 및 금융권의 지원없이 경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RG는 조선사가 파산하거나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는 경우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금융기관이 대신 지급하는 보증으로, 통상적으로 조선사는 RG 발급이 이뤄진 후 선주가 지불한 대금으로 선박을 건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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