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노선영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 또 벌어졌다. 동생 노진규를 가슴에 묻고 오직 올림픽 출전만을 꿈꾸며 달려왔는데, 빙상연맹의 실수로 그 꿈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노선영은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륜마크 앞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고인이 된 동생)노진규는 금메달 만들기에 이용당했고 나는 금메달 만들기에서 제외당했다"는 글을 올리며 분노를 나타냈다. 

   
▲ 사진=노선영 인스타그램


노선영은 "4년 전 (빙상)연맹은 메달 후보였던 동생의 통증 호소를 외면한 채 올림픽 메달 만들기에 급급했고, 현재 메달 후보가 아닌 나를 위해선 그 어떤 노력이나 도움도 주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나와 내 동생, 우리 가족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사과는커녕 책임 회피하기에만 바쁘다.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연맹인가... 나는 지금까지 시키는 대로 훈련했을 뿐인데 왜 나와 우리 가족이 이 슬픔과 좌절을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그는 "나는 더 이상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도 않다. 빙상연맹은 우리 가족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았다"고 격한 심정을 토로했다. 

노선영은 다음달로 다가온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빙속 여자 팀추월 부문 국가대표로 김보름 박지우와 함께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노선영이 평창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날벼락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개인종목 출전 자격이 있는 선수들만 팀 추월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뒤늦게 이를 알게 된 것.

관련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빙상연맹은 노선영에게 평창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1∼4차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개인종목보다 팀 추월에만 전념하도록 해 노선영이 출전 자격을 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선영이 더욱 분통을 터뜨린 것은 2년 전 세상을 떠난 동생 노진규 생각이 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국가대표였던 노진규는 골육종으로 투병하다 2016년 4월 세상을 떠났다. 

노선영은 국내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뒤 인터뷰에서 "부모님과 하늘에 있는 동생(노진규)을 위해 평창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간절한 소망을 밝힌 바 있는데 그 꿈이 연맹의 실수로 한꺼번에 날아가고 말았다.

대한빙상연맹 측은 노선영 건과 관련해 ISU(국제빙상연맹)와 규정을 두고 의사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해명을 했지만, 대한빙상연맹이 애초 올림픽 출전 자격과 관련한 규정의 번역 과정에서부터 실수를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 사진=SBS 뉴스 캡처


동생 노진규가 국가대표로 맹훈련을 하다 병마를 얻어 먼저 세상을 떠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올림픽 출전 꿈마저 어이없게 좌절됐으니 노선영이 가슴을 치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주에는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간판스타인 심석희가 코치로부터 폭행 당해 이틀 동안 선수촌을 이탈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빙상연맹의 대표팀 관리에 의문부호를 찍을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노선영 사태까지 더해져 충격이 커졌다. 국가적 대사인 평창 올림픽을 유치해놓고 대회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겨울철 종목의 핵심인 빙상을 주관하는 연맹이 이처럼 무능을 드러내고 있으니 한숨 소리만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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