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8개월 넘기면서 전에 없던 국면
승부처는 '평창 이후'…6월 지방선거에도 큰 변수
   
▲ 조우석 언론인
어둠이 이렇게 짙을 수 있을까? 자유민주주의의 깃발을 스스로 내리는 이른바 '국가 자살'이 지난해 대선 이후 이 나라의 꼼짝 못할 흐름인양 보였는데, 분위기가 아연 반전되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현 정부의 대북 굴종과 안보 포기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현실로 드러나고, 2030 청춘까지 등을 돌리는 등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탓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50%대로 내려앉았는데, 특히 젊은 층 지지율이 폭락(24일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한 것도 그런 배경이다. 그 전에 포퓰리즘으로 자영업자는 물론 나라경제가 휘청대고, 어설픈 교육정책과 강남 아파트 대책에 대한 반감도 컸다. 적폐청산 식 개혁에 대한 피로감에 더해 방송장악의 실상도 지켜봤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8개월을 넘기면서 전에 없던 국면에 들어가는 중인데, 이게 어떻게 될까? 지금은 시작이다. 최대 승부처는 평창올림픽이 될 것이고, 2~3월이 새로운 정치환경은 물론 한반도 새 질서 구축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본래 문재인 정부는 지금 만지는 개헌안와 함께 6월 지방선거 대승리를 전후해 남북정상회담을 전격 성사시킨다는 그림인데, 이게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평양올림픽 거부", "사회주의 개헌 반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시도가 '나라다운 나라'로 포장되고, 국민적 합의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배제 못했는데, 지금의 민심 변화는 이 일방적 시나리오에 수정을 요구한다. 지지율 폭락이 보여주는 술렁이는 민심의 변화는 우선 그동안 덩치값을 못하던 개신교회의 움직임에서 감지된다.

관망해오던 대형교회를 포함한 교회가 사회주의 개헌 반대 서명운동과 함께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선포했다. 19일 잠실 롯데호텔에서 목사-장로 1000명이 모여 대한민국 회복과 복음으로 통일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요즘 SNS에선 "평양올림픽 거부", "사회주의 개헌 반대" 구호가 불날 지경인데, 그런 새로운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

그날 모임에서 김승규(전 법무부 장관-전 국정원장) 장로는 현시국은 건국 이래 최대 위기라며, 문 정부가 전 국정원장 4명을 감옥에 넣고, 대공 업무를 포기한 것은 안보 포기라고 지적했다. 포인트는 촛불 정국과 대선에 꿀 먹은 벙어리였던 대형교회가 어디까지 변신할 것인가 하는 대목이다.

   
▲ 남북이 1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하는 실무회담 전체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통일부 제공

김진태-김문수 등 정치인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것도 요즘 변화다. 김진태 의원은 23일 논평에서 "문재인-김정은은 공동정부인가?"라며 정곡을 찔렀다. 경찰이 김정은 화형식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한다는 뉴스에 분개한 것이다. 국호-국기-선수단 공동사용부터 이 나라가 연방제의 수준까지 온 것이며, 문재인 정부가 주사파 정권인 이유라고 그는 새삼 밝혔다.

그 전날에 나왔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트위터도 본질에 육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현송월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국민들의 자존심을 너무 손상시키고 있습니다.…나라는 애처로움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만 지킬 수 있습니다. 나라는 촛불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드와 핵미사일로 지킬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자유한국당의 헛발질이다. 홍준표 대표의 경우 얼마 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를 '좌파 국가주의'로 규정하고 이로부터 국민을 지켜내겠다고 호언했으나, 용어 사용도 부정확한데다가 그런 호언장담을 지켜낼 능력과 비전이 있는지가 의심스럽다.

자유한국당 말고 조중동을 포함한 주류 언론의 한계도 답답하다. 조선일보의 상대적인 분전이 고맙지만, 다분히 지엽적이다. 태생적으로 시야가 짧은데다가 본질을 꿰뚫지 못하는 제작 태도에 근본적 변화는 없기 때문인데, 문재인 정부 실체에 대한 각성은 제도권 밖에서 이뤄지고 있는 양상이다.

"아유슈비츠 옆에서 스키 타는 꼴"

우익-우파 시민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자유회의 제4차 대국민토론회(24일)는 '무엇을 위한 개헌인가?'로 잡아 후끈 달아오른 열기를 보였는데, 그게 우연이 아니다. 과도기에 진정 의미 있는 변화란 비제도권에서 연출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태극기 집회 이후 각성된 우파 시민들의 목마름과 에너지가 이런 방식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이게 일회성일 리는 없다. 김정은 선전장으로 변질될 평창올림픽을 지켜보면서 국내외 분위기는 더욱 바뀔 것이고, 요즘 유행어대로 "아유슈비츠 옆에서 스키(마식령) 탄다고 북한이 바뀌느냐?"는 인식이 세계로 퍼질 것이다. 그 경우 남북이 하나 된 '평창 정치 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설사 평창이 성공한다 해도 '평창 이후'가 또 한 번의 관건이 될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북폭은 기정사실이다. 북폭을 하네 마네 하는 관측이 엇갈리지만,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하거나 본토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은 평양에 대한 응징은 불가피하다고 봐야 한다.

6월 지방선거에서 대승리를 전제로 움직이던 정부여당이 쪽박을 차는 건 물론 그 이상의 재앙적 환경에 놓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요즘 술렁대는 민심이란 거기에 조응하는 것일까? 서너 달 전 필자는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저강도 혁명(low intensity revolution)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긴 시간에 걸친 체제변혁-민중혁명을 국민들이 눈치 채지 못할 뿐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정신줄 놓고 있던 사람들이 지금 각성을 시작한 것일까?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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