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속 조치기구를 빠른 시일 내에 구성"…암호화 파일 760여개 주목
[미디어펜=김규태 기자]김명수 대법원장이 24일 입장문을 내고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사실상의 3차 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앞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 외압이 없었다"는 공식성명을 낸 다른 대법관들과 견해차가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25일 오전 기자들이 이에 대해 묻자 "대법관 간담회를 거치고 입장을 발표했고 간담회에서도 대법관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저의 고뇌와 노력을 충분히 이해해 주었다"고 답했지만, '재판에 어떤 외압도 없었다'는 대법관들의 23일 입장과 결이 다른 게 아니냐는 법조계 우려가 여전하다.

앞서 김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들 13명 전원은 23일 성명을 내고 "대법관들은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 누구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했지만, 김 대법원장은 이튿날 입장문에서 "재판이 재판 외 요소에 의해 영향 받는 것으로 오해받을 만한 일은 어떤 경우에도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자신을 제외한 대법관 모두가 '재판에 어떤 외압도 없었다'고 밝혔으나 대법원장은 '오해 받은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모순된 입장을 낸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의 이번 입장을 두고 일부 대법관들이 "법원 혼란을 어떻게 수습할지 알 수 없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2달간에 걸친 조사에도 불구하고 인사 불이익이라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3차 조사를 시사한 김 대법원장의 입장에 대해서도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는 '법원행정처 PC 강제조사 찬성파 대 반대파' 등으로 형성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공산이 크다며 우려하는 입장과,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하는 입장으로 나뉘어 있다.

   
▲ 김명수 대법원장은 24일 입장문을 내고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해 후속 조치기구 구성을 언급하는 등 사실상의 3차 조사 방침을 밝혔다./자료사진=연합뉴스

추가조사위가 '관련 의혹이 사실무근이고 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만 있었다'고 지적한 법원 진상조사위와 동일한 결론을 내려 빈축을 사고 있는데 또 같은 결과를 낼 것이냐고 비판하는 법관들과, 법원 내부에서 이를 풀어야 한다는 김 대법원 입장을 존중한다는 일선 판사들이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4일 시민단체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고발한 사건을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로 재배당했다.

검찰은 "향후 관련 사건의 진행 추이를 지켜보며 수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법원장이 후속 조치기구를 빠른 시일 내에 구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일각에서는 향후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에 대해 직접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행정처 PC 3대에 저장되어있지만 암호화되어 열어보지 못한 파일 760여개를 주목하고 있다.

추가조사위는 지난 22일 조사결과 발표 후 해체됐다.

김 대법원장이 새로 구성한다고 밝힌 후속 기구에 강제조사 권한과 독립성이 얼마나 부여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조사기구가 앞선 추가조사위의 한계를 넘어서 '제식구 감싸기'와 '정치적 편향성'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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