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은 지속적 추진해야, 세월호 빌미 규제강화는 경계해야

   
▲ 박대식 국제경영원 전문위원
박근혜대통령이 지난 4월 말 규제개혁으로 끝장토론을 벌이자고 할 때만 해도 이번에는 뭔가 될 듯 싶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모든 것을 삼켜 버리고 있다. 고구마 뿌리같이 캐면 캘수록 새로운 비리가 드러난다.  마치 부패와 무능, 무책임의 종합선물세트와 같다는 느낌이다. 이런 판국에 규정을 완화한다거나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얘기가 통할 리 없다. 한동안 규제완화로 목소리를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규제”는 우리가 입는 옷과 같다.
규제는 사회의 법질서이자 규범이다. 암과 같은 규제도 있지만 신호등의 빨간불이나 건널목처럼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만하는 교통규범도 규제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 지금은 “암”으로 불리는 규제도 도입 초기에는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으리라. 그런데 주변 환경이 빨리 변하다보니 지금은 암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아이가 크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은 버리고 맞는 옷으로 갈아 입혀줘야 한다. 몸에 옷이 맞지 않으면 불편도 하지만 움직일 수가 없다. 사회가 발전하면 과거의 규제나 규범을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 규제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제대로 쓰지 않거나 제때 바꿔주지 않으니 문제가 된다. 아침에 약(藥)이 되는 한 조각의 사과도 자기 전에 먹으면 몸에 해(害)가 되는 이치와 같다.

   
▲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박근혜대통령의 규제혁파가 중단되고 있다. 그래도 규제혁파는 경제회복과 일자리창출 성장률 제고를 위해 중단없이 추진돼야 한다.

규제를 도입하기보다 규제를 없애는 것이 더 어렵다.
규제도 법질서다. 법 질서란 것이 조항만 있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여의도 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정한 것은 관련 법을 도입한 데서 시작했다. 하지만 이 법이 효력을 얻기 위해선 흡연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있어야 하고 규정을 위반하는 사람을 감시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집행자 혹은 기관이 있어야 한다. 또한 한 두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정도로는 미약하고 상당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시행해야만 효과가 있다.

그런데 10년후 어떤 이유로 금연조항이 없어진다고 하자. 단순히 조항만 없애면 되는가? 관련 규정도 고쳐야 하지만 여의도에서 흡연자를 감시하는 사람과 벌금을 징수하는 기관까지 없애야 한다. 이들이 금연규정을 없애는 데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어렵더라도 새로운 규정은 도입의 취지가 아무리 훌륭할 지라도 도입하기 전까지 세 번 네 번 심사숙고해야 한다. 규정을 도입할 당시와 상항이 크게 변하게 되면 약도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치유하기는 진짜 암보다 더 어렵다.

Top-down보다는 Bottom-up으로 접근해야 한다.
규제개혁이 상시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진되려면 이것이 국민에게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누군가 몇몇 사람에게만 필요한 규제완화라면 결코 지속적인 것이 되기는 어렵다. 규제개혁 당시에는 할 수 없이 동의하다라도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다시 돌아오고 만다. 백년하청이다. 이래서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국민 스스로가 규제를 바꾸는 것이 절박하고 필요하다고 느껴야 하고 실제로 그 혜택이 국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이번 참사의 원인이 법이나 규정 자체가 잘못 된 것이지, 처벌규정이 미미한 것인지, 아니면 법을 이행하는 기관이나 사람의 문제인지 꼼꼼히 따져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되풀이 하지 말았으면 한다. /박대식 국제경영원 전문위원,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