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정현(22, 삼성증권후원)과 한국 테니스에 역사적인 날을 맞았다. 정현이 오늘(26일) 오후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로저 페더러(37, 스위스)와 만나 결승행을 놓고 운명의 일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이번 대회 최대 돌풍의 주역인 세계랭킹 58위 정현이 '테니스 황제'로 불리는 전 세계랭킹 1위이자 현 2위인 페더러에 승산은 있는 것일까. 이길 확률은 어느 정도 되는 것일까.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페더러의 압승이 예상되는 것이 사실이다. 정현은 이전까지 메이저대회 4강은 물론 8강, 16강에도 오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반면 페더러는 최장 기간 세계랭킹 1위와 19차례의 그랜드슬램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한 전설과도 같은 선수다.

   
▲ 사진=정현 인스타그램, ITF 홈페이지


참고가 될 만한 것이 도박사들의 승부 예상이다. 돈을 걸고 스포츠 경기의 결과를 예상하는 도박사들이기에 적중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25일 영국 최대 도박사이트인 '윌리엄힐'은 정현과 페더러의 준결승전 승리 배당률을 정현 5.50배, 페더러 1.14배로 책정했다. 배당률이 높을수록 승리 확률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현보다는 페더러가 약 5배 이길 확률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페더러가 정현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1.83배로 정현의 3-0 승리에 걸린 19.00배와 차이가 컸다. 정현이 페더러를 상대로는 한 세트도 따내기 힘들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도박사들 예상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앞선 16강전에서 정현이 또 한 명의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와 맞붙었을 때 배당은 정현이 12.00배로 조코비치의 4.00배보다 3배나 높았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정현의 세트스코어 3-0 완승이었다.  

그만큼 정현은 이번 대회에서 랭킹이나 이전 전적과 상관없이 이변의 주인공이 돼 반전 드라마를 계속 써왔던 것이다. 천하의 페더러라고 해서 정현 돌풍에 휘말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전문가들도 대체적인 예상은 "그래도 페더러"였다. 세계 각국 매체들은 정현의 돌풍에 주목하면서도 메이저대회 준결승전만 43회를 치른 페더러의 풍부한 경험이 이번 대회에서도 빛을 낼 것이라는 전망을 많이 하고 있다.

다만, 정현의 플레이스타일에 주목하며 이변의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상위 랭커들 가운데 정현과 스타일이 비슷한 선수로 조코비치가 꼽힌다. 스트로크 플레이에 장점이 있고, 체력이 강해 세트와 경기시간이 길어져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둘의 유사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페더러는 조코비치에게 약한 면모를 보였다. 통산 전적에서 22승 23패로 근소하게나마 밀렸다. 페더러가 비슷한 유형의 정현을 맞아 고전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정현의 전형적이지 않은 변형 플레이 스타일이 페더러에게 위협적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전미라 JTBC 해설위원(전 국가대표)은 정현이 어려서부터 자신만의 특이한 스타일의 테니스를 해왔다고 전했다. 페더러는 백전노장답게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하고 약점을 집중 공략해 손쉽게 승리를 얻는 전형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갖고 있다. 

정현과 페더러는 이번이 첫 만남이다. 페더러가 정현의 이런 변형 플레이에 익숙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현이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잘 활용하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 나이에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22세 패기의 정현과 37세 베테랑 페더러의 만남이다. 페더러는 나이에 따른 체력 저하를 의식한 듯 빠른 승부의 길을 찾는다. 이번 대회에서 무실세트 행진을 벌이며 준결승까지 올라오는 동안 2시간 이상 걸린 경기가 없었다.

정현은 강철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대회 초반에는 복식을 함께 뛰느라 매일 쉬지 않고 경기를 하면서도 힘든 기색이 없었다. 3회전에서 즈베레프(랭킹 4위)와 풀세트 접전을 벌인 끝에 흔들림 없는 막판 경기력으로 승리를 일궈냈다. 조코비치를 3-0으로 꺾은 후에는 4세트, 5세트로 넘어가 경기를 2시간 더 했어도 충분히 이길 힘이 남아 있었다고 체력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즉, 정현이 초반 너무 쉽게 페더러에게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고 장기전으로 갈 수만 있다면 젊은 정현의 승산은 갈수록 높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