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지난 25일 치러진 가운데 당초 예상과는 달리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의 압승으로 끝났다. 현안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관료사회와 민간 금융계를 모두 이해하는 인물을 업계가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 권용원 신임 금융투자협회장 당선자 /사진=금융투자협회


“어디든지 손발이 닳도록 찾아 다니겠습니다.”

1차 투표에서 68.1%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지은 권용원 신임 금융투자협회장(현 키움증권 사장)의 당선 일성이다. 권 사장은 “(보내주신) 지지를 무거운 책임으로, 열심히 하란 뜻으로 알고 공약을 꼭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소감을 마무리 지었다.

“투표 전보다 지금(당선 이후)이 더 떨리고 긴장된다”는 권 대표의 말은 누가 들어도 진심처럼 들렸다. 이번 선거 결과가 워낙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초반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권 대표의 우세를 조심스럽게 점치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다. 

투표 일자가 임박할수록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견해가 많아졌고, 끝내 결선 투표까지 갈 확률이 높다는 전망이 탄력을 받았다. 이는 셋 중 누구도 과반 득표를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는 의미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치러진 선거는 총 회원 의결권 기준 94.92%의 참석율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권 당선자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70% 가까운 표를 독식하며 업계의 높은 지지율로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권 당선자가 오랜 공직생활과 벤처캐피탈, IT산업을 모두 가진 채 9년째 키움증권을 운영하고 있다는 장점은 역시 통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업계는 정부와 대화가 잘 안 통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관의 어법을 이해하면서도 전문성을 두루 확보했다는 장점이 회원사들로 하여금 권 대표로 마음이 쏠리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 당선자는 이날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의욕을 보였다. “자본시장 정책을 사전규제 대신 사후적 관리체제로 전환한다는 정부의 국정과제 철학이 현장에서 구체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위원회를 만들어 큰 그림을 그려 나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권 당선자는 향후 자본시장 규제 개선과 세제 지원에 중점을 둘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역시 업계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행보다. 그는 특히 ‘원칙 중심의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강조했다. 권 당선자는 “자본시장 활성화는 국가가 원하는 국민의 재산증대에 연결되는 핵심과제”라며 “49인 공사모 기준 투자규제 개선, 벤처조합과의 세제차별 해소, 규제 샌드박스가 활용되는 업계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도 의지를 보였다. 

마지막까지 선거판을 뒤흔든 ‘자산운용업계 분리 독립’건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었다. 일단 타 금융권의 진입에 대한 대처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비쳤다. 이는 권 당선자가 후보 시절부터 했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권 당선자는 “(협회 분리는) 회원사 의견을 듣고 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전제하면서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확인과 실천방안을 마련한 후에 해야 하며 지금은 의견을 중론을 모아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권 당선자는 서울 광성고,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석사학위(경영학)를 받았다. 기술고시(21회)에 합격해 옛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춰 세 후보 중 정부와의 소통에 가장 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자아냈다. 2000년 다우기술 부사장, 2007년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을 거쳐 2009년 4월부터 키움증권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권용원 신임 회장의 임기는 내달 4일부터 2021년 2월 3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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